「산바람 · 글바람 ㉞」 유명산 산행기, 늦가을에 만난 나의 뒷모습
유명산 정상에 있는 억새밭
2010년 11월 1일, 단풍의 절정이 지난 유명산을 찾았다. 화려한 가을 대신 떨어진 잎과 몸을 낮춘 억새, 맑은 계곡물 위를 떠가는 낙엽을 만나며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나를 조용히 돌아본 산행이었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유명산의 늦가을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았다. 그곳에서 나는 지나간 계절이 아니라, 천천히 다음 계절로 건너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산에 가지 못한 날들이 길어지면
산에 가지 못한 날이 길어지면 이상하게도 지난 산행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젊은 날에는 세상에 있는 산을 모두 올라보겠다는 철없는 포부를 품고 살았다. 먼 산이라는 이유로 망설이지 않았고, 힘들다는 말은 산을 다녀온 뒤에나 생각했다.
새벽 기차에 몸을 싣고 낯선 역에 내려, 지도 한 장과 물 한 병만으로 산길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산을 오르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산이 있으니 갔고, 길이 있으니 걸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을 먼저 찾게 되었다. 도봉산과 수락산, 때로는 아차산을 오르며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나이 탓을 하기도 했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인지, 마음이 먼저 늙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산을 향하던 의지는 조금씩 느슨해졌고, 그 사이 세월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빠르게 흘러갔다. 다 가보겠다던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그곳을 향해 달려가던 나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지난 산행이 그리웠다.
비에 젖어 걷던 능선과 눈 속에서 길을 찾던 겨울 산, 친구들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오르던 이름 모를 봉우리들이 불쑥 마음속으로 돌아오곤 했다. 산은 오래전에 다녀온 사람의 기억 속에서도 좀처럼 늙지 않았다.
혼자 길을 정할 수 있게 된 날
지난주에는 도봉산에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의 사정으로 산행이 취소되었다. 예전 같으면 서운했을 일이었지만, 그날은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누구의 걸음에도 맞출 필요 없이 혼자 길을 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차의 방향을 유명산으로 돌렸다. 올해가 다 지나도록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한 산이었다.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아름답고, 맑은 계곡물이 사계절 쉬지 않고 흐르는 곳. 자주 찾았던 산이었지만, 어느새 추억 속의 산이 되어 있었다.
유명산은 본래 물과 풀이 풍부해 말을 기르던 산이라는 뜻에서 마구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유명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옛 이름을 다시 되찾자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산은 사람들이 붙인 이름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듯했다.
마구산이라 부르든 유명산이라 부르든, 산은 오래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계절을 맞고 보내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산이 아니라 그 산을 찾아가는 나였는지도 모른다.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료와 입장료를 내고 산길로 들어섰다. 비용을 따로 받는 것이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사람의 손길이 지나치게 닿지 않은 숲과 계곡을 만나자 그 마음도 금세 누그러졌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경기도 가평 유명산
📅 산행일
2010년 11월 1일
🥾 산행 코스
유명산 주차장 → 유명산 정상 → 계곡길 → 유명산 주차장
📏 산행 거리
정확한 거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유명산 정상과 계곡을 돌아 내려온 원점회귀 산행
⏱ 산행 시간
반나절 산행
⭐ 난이도
★★★☆☆
유명산은 산행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정상 오름길과 계곡길에는 돌길과 낙엽길이 섞여 있다. 늦가을에는 낙엽 아래 미끄러운 구간이 숨어 있을 수 있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 산행환경
늦가을 산행 · 억새 · 단풍 끝자락 · 유명계곡 · 낙엽길 · 소구니산 조망 · 용문산 조망 · 혼자 산행
🏡 숙박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또는 가평 설악면·양평 옥천면권 숙박과 연계 가능
🚗 이동방법
자가용으로 유명산 주차장 접근
청바지와 운동화의 기억
유명산은 해발 800미터가 넘지만 산행 시간이 길지 않고, 휴양림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가족이나 단체 산행객이 많이 찾는다. 이날도 학생들이 여럿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운동화에 청바지,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되다가도 문득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등산화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등산복은커녕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한 켤레면 산에 갈 준비가 끝났다.
그 차림으로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덕유산에도 갔고 주왕산에도 갔다. 무엇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어도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산을 오르는 일보다 산으로 떠나는 일이 더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내 앞을 지나갔다. 그들의 목소리가 숲 사이로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젊음은 좋은 장비보다 망설이지 않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오래전의 나를 보았다.
낯익은 뒷모습이었다. 아직 세상을 많이 재지 않고, 길의 끝보다 출발의 설렘을 먼저 믿던 사람. 무릎보다 마음이 앞서가던 사람. 산에 오르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던 사람.
그 뒷모습이 내 앞에서 웃으며 멀어지고 있었다.
절정을 지난 가을
유명산의 가을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조금 더 일찍 왔다면 붉고 노란 단풍이 계곡을 따라 불꽃처럼 번졌을 것이다. 정상의 억새도 햇빛을 받아 은빛 물결로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도착했을 때 산은 이미 초겨울의 문턱에 서 있었다.
정상 부근의 억새는 사람들의 돗자리라도 되어준 듯 힘없이 누워 있었다. 한때 바람을 가득 품고 하늘을 향해 흔들렸을 억새들이 이제는 땅에 몸을 낮추고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쓸쓸함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정상에 서니 가을 하늘은 높고 맑았다. 소구니산 쪽에서 떠오른 행글라이더 하나가 허공을 천천히 건너고 있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산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건너편 용문산은 잎을 거의 떨군 채 벌거벗은 능선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의 뼈대가 그대로 보이는 늦가을 풍경이었다.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내려놓는다. 젊은 날의 욕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던 몸도 조금씩 제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비워진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계곡으로 내려서다
정상에서 계곡으로 내려섰다.
유명산 계곡의 물은 여전히 맑고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단풍은 대부분 떨어졌지만 계곡물만큼은 계절이 바뀌는 일에 무심한 듯 바위 사이를 쉬지 않고 흘렀다.
길 위에는 낙엽이 가득했다. 붉은 잎과 누런 잎들이 서로의 몸을 포개고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온 나를 원망하듯 발밑에서 바스락거렸다.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린 몇 장의 단풍잎만이 마지막 빛을 품고 나를 맞았다.
잠시 물가의 바위에 앉았다.
한 잎, 두 잎 떨어진 나뭇잎이 물 위를 떠내려갔다. 바위에 걸렸다가 다시 물살에 밀리고, 작은 소용돌이를 한 바퀴 돈 뒤 보이지 않는 계곡 아래로 흘러갔다.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잎은 떠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을 키워준 나무를 떠나 물길에 몸을 맡기고,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은 채 흘러갔다.
나는 왜 지나간 계절을 붙잡으려 했을까.
유명산에 오면서 화려한 단풍과 억새를 기대했다. 그러나 산은 이미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늦게 온 것이 아쉬웠다.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 위를 떠가는 잎을 바라보다가 알게 되었다.
가을은 붉게 물든 순간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잎을 내려놓는 순간도 가을이었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도 가을이었다.
절정만이 계절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늘의 시
유명산의 가을 / 송현
가을이면 계곡의 단풍은
맑은 물 위에 붉은 길을 놓고,
정상의 억새는
바람을 불러 모아
사람들의 웃음을 흔든다.
조금 늦게 찾아간 날,
억새는 모두 몸을 낮추고
단풍은 길 위에 누워 있었다.
물 위에 떠가는 잎 하나,
지나온 계절을 돌아보지 않고
겨울 쪽으로 흘러간다.
산은 말이 없다.
다만 마지막 잎 몇 장을 남겨
늦게 온 사람의 마음에도
가을빛 하나 걸어준다.
늦게 온 사람에게만 보이는 풍경
어쩌면 사람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젊고 힘이 넘치던 때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느려지고, 자주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길을 그리워하는 시간에도 저마다의 빛이 있다.
산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가는 것이듯, 나 역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늦게 찾아간 유명산에서 나는 화려한 단풍 대신 떨어진 잎을 만났다. 하늘을 찌르던 억새 대신 땅에 몸을 낮춘 억새를 보았고, 풍성한 숲 대신 속살을 드러낸 산의 능선을 바라보았다.
그 풍경은 이상하게도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다 내려놓은 뒤에도 산은 여전히 산이었고, 잎을 잃은 나무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계곡물은 떠나는 잎을 품고 말없이 겨울 쪽으로 흘러갔다.
산은 제때 오지 못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늦게 온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풍경을 조용히 펼쳐놓았다. 화려함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 모든 것이 떠난 자리에서도 끝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보여주었다.
걸음은 느려졌지만
산을 내려오며 다시 길 위의 낙엽을 밟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오래된 사진을 넘기는 소리처럼 들렸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산을 다니던 젊은 날의 나도 그 낙엽 사이 어딘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마음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산이 그립고, 때때로 산을 향해 길을 나선다. 걸음이 느려졌을 뿐, 산을 좋아하는 마음까지 늙은 것은 아니었다.
늦가을의 유명산은 내게 계절의 끝을 보여주면서도, 끝이 곧 사라짐은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었다. 떨어진 잎은 흙이 되어 다시 나무를 키우고, 누운 억새는 눈을 견딘 뒤 또 다른 봄을 기다릴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면 될 일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다시 산을 찾고,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되 그 자리에만 머물지는 않는 것.
유명산의 늦가을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에필로그|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가는 것
산에 가지 못한 날들이 길어지면 지난 산행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젊은 날의 나는 세상에 있는 산을 모두 올라보겠다는 철없는 마음으로 살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낯선 역에 내려, 지도 한 장과 물 한 병만으로 산길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산을 오르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산이 있으니 갔고, 길이 있으니 걸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친구들과 덕유산에도 가고 주왕산에도 갔다. 무엇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도 마음만은 늘 산을 향해 가벼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을 먼저 찾게 되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일이 바쁘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다. 다 가보겠다던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그 산들을 향해 달려가던 나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날 유명산을 찾았다. 도봉산 산행이 취소되자 오히려 혼자 길을 정할 수 있게 되었고, 차의 방향을 유명산으로 돌렸다. 자주 찾았던 산이었지만, 어느새 추억 속의 산이 되어 있었다.
유명산의 가을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억새는 누워 있었고, 단풍은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다.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더 화려한 가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곡물 위를 떠가는 잎을 바라보다가 알았다. 가을은 붉게 물든 순간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잎을 내려놓는 시간도 가을이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도 가을이었다.
절정만이 계절의 전부는 아니었다.
정상에서 본 용문산 능선은 잎을 떨군 채 산의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고서야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도 나이가 들며 하나씩 내려놓는다. 젊은 날의 욕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지치지 않던 몸도 조금씩 제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산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가는 것처럼, 사람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산을 내려오며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다. 오래된 사진을 넘기는 소리 같았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산을 다니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 멀리 있지만, 그때의 마음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걸음은 느려졌지만, 산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유명산의 늦가을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 산은 마지막 잎 몇 장을 남겨주었고, 그 가을빛 하나를 내 마음에도 걸어주었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유명산은 경기도 가평 설악면과 양평 옥천면 사이에 자리한 산으로,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과 계곡 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림청 숲나들e에서는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의 숲과 계곡,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유명산은 산행 시간이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정상 오름길과 계곡길에는 돌길과 낙엽길이 섞여 있다. 특히 늦가을에는 낙엽 아래 미끄러운 돌과 젖은 흙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천천히 발을 디뎌야 한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늦가을 산행은 발밑을 더 조심해야 한다.
낙엽이 길을 덮으면 돌과 뿌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풍경을 보느라 발밑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계곡길은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단풍 절정이 지나도 맑은 물과 떨어진 잎이 만드는 늦가을 풍경이 있다. 늦게 갔다고 해서 산행이 늦은 것은 아니다.
셋째, 정상과 계곡을 함께 걸으면 유명산의 매력이 더 잘 보인다.
정상에서는 소구니산과 용문산 방향 조망을 느끼고, 하산길에는 계곡의 물소리와 낙엽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유명산자연휴양림, 숲길, 계곡,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숙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②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여행정보
유명산 주변 여행과 휴양림 이용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③ 가평군 문화관광
가평의 산, 계곡, 자연휴양림, 숙박과 먹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④ 양평문화관광
유명산 남쪽의 양평 옥천면, 용문산, 중미산 일대 여행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⑤ 연인산 도립공원
다음 산행지인 연인산의 위치와 자연공원 정보를 미리 참고할 수 있다.
🌿 유명산 늦가을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 접지력 좋은 등산화
□ 가벼운 바람막이
□ 보온용 얇은 겉옷
□ 등산 스틱
□ 충분한 식수
□ 간단한 행동식
□ 여벌 양말
□ 보조배터리
□ 낙엽길 미끄럼 주의
□ 계곡길 발밑 확인
□ 휴양림 예약 여부 확인
□ 주차료·입장료 확인
□ 조금 늦게 와도 괜찮다는 마음
□ 지나간 계절을 붙잡지 않는 마음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유명산 산행과 계곡 산책을 함께 계획한다면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숲속 숙박과 산림치유 프로그램, 계곡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이나 조용한 휴식에도 어울린다.
🏡 가평 설악면·양평 옥천면권
유명산 산행 뒤에는 가평 설악면이나 양평 옥천면 일대 숙박과 먹거리 여행을 함께 묶기 좋다. 중미산, 용문산, 청평호 방향과도 연계할 수 있어 하루 여행보다 조금 여유 있는 일정에 잘 맞는다.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㉝」 고금능선 산행기, 포기하고 싶은 마음 하나를 넘다
고금능선에서는 고대산 제2등산로를 올라 대광봉과 고대산 정상에 섰고, 수풀 속 들머리를 찾아 보개산과 금화산까지 이어 걸었습니다. 보개산 헬기장의 짧은 낮잠, 금화산을 다시 오르던 고단함, 그리고 철원평야 위에 섬처럼 떠 있던 산들이 오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고금능선이 내가 정한 길을 끝까지 걸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 하나를 넘어선 산행이었다면, 유명산은 늦게 찾아간 가을 속에서 지나간 나의 뒷모습을 조용히 마주한 산행이었습니다. 하나는 끝까지 가는 힘을 보여준 산이었고, 하나는 늦게 도착한 계절에도 자기만의 빛이 있음을 알려준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㉟」 연인산 산행기
유명산에서는 절정을 지난 늦가을 산길을 걸으며, 누운 억새와 떨어진 단풍, 계곡물 위를 떠가는 잎을 만났습니다. 화려한 풍경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빈자리에서 오히려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나를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산행은 연인산으로 향합니다. 연인산은 가평의 깊은 숲과 능선, 계곡을 품은 산으로, 이름처럼 사람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울림을 주는 산입니다. 유명산이 늦가을의 끝에서 나의 뒷모습을 만나게 한 산이었다면, 연인산에서는 또 다른 숲길과 능선 위에서 마음속에 남은 이야기를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 산길의 끝에서
산에 가지 못한 날들이 길어지면 지난 산행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젊은 날의 나는 세상에 있는 산을 모두 올라보겠다는 철없는 마음으로 살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낯선 역에 내려, 지도 한 장과 물 한 병만으로 산길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산을 오르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산이 있으니 갔고, 길이 있으니 걸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친구들과 덕유산에도 가고 주왕산에도 갔다. 무엇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도 마음만은 늘 산을 향해 가벼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을 먼저 찾게 되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일이 바쁘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다. 다 가보겠다던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그 산들을 향해 달려가던 나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날 유명산을 찾았다. 도봉산 산행이 취소되자 오히려 혼자 길을 정할 수 있게 되었고, 차의 방향을 유명산으로 돌렸다. 자주 찾았던 산이었지만, 어느새 추억 속의 산이 되어 있었다.
유명산의 가을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억새는 누워 있었고, 단풍은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다.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더 화려한 가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곡물 위를 떠가는 잎을 바라보다가 알았다. 가을은 붉게 물든 순간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잎을 내려놓는 시간도 가을이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도 가을이었다.
절정만이 계절의 전부는 아니었다.
정상에서 본 용문산 능선은 잎을 떨군 채 산의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고서야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도 나이가 들며 하나씩 내려놓는다. 젊은 날의 욕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지치지 않던 몸도 조금씩 제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산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가는 것처럼, 사람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산을 내려오며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다. 오래된 사진을 넘기는 소리 같았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산을 다니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 멀리 있지만, 그때의 마음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걸음은 느려졌지만, 산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유명산의 늦가을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 산은 마지막 잎 몇 장을 남겨주었고, 그 가을빛 하나를 내 마음에도 걸어주었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산에 가지 못한 날이 길어지면
지난 산행의 기억이
더 선명해집니다.
젊은 날에는
세상에 있는 산을
모두 올라보겠다는
철없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낯선 역에 내려,
지도 한 장과
물 한 병만으로
산길을 찾아가던 시절.
그때는
산을 오르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산이 있으니 갔고,
길이 있으니 걸었습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친구들과 산을 다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등산화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산을 향해 가벼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을
먼저 찾게 되었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일이 바쁘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산으로 향했습니다.
자주 찾았던 산이었지만,
어느새 추억 속의 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유명산의 가을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정상의 억새는
바람을 품던 몸을 낮추고,
단풍은
길 위에 누워
늦게 온 사람을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더 붉은 가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계곡물 위를
떠내려가는 잎 하나를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은
붉게 물든 순간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잎을 내려놓는 시간도 가을이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도
가을이었습니다.
절정만이
계절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뼈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며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젊은 날의 욕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던 몸도
조금씩 제자리를 떠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입니다.
산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가는 것처럼,
나 역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산을 내려오며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한 장씩 넘기는 소리 같았습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산을 다니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 멀리 있지만,
그때의 마음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걸음은 느려졌지만,
산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유명산의 늦가을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
산은 마지막 잎 몇 장을 남겨주었고,
그 가을빛 하나를
내 마음에도
조용히 걸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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