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6의 게시물 표시

마이산 탑사와 암마이봉 산행, 돌이 기도를 배운 산

이미지
  마이산 올라가는길  탑사 진안의 마이산은 탑사로 더 많이 불리지만, 실은 산 자체가 먼저 말을 거는 곳입니다. 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은 단번에 잊히지 않습니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이름부터 생명과 질서를 나눈 듯한 이 산은, 지질이 특이해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왔습니다. 주말이면 주차장은 일찍 가득 차고, 사람들은 산보다 먼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제 계획해 둔 스케줄에 따라 일찍 기상하여 마이산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으로,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진안으로 향했습니다.                                                                    마이산  부부봉 모습 탑사까지는 주차장에서 3~4킬로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길은 완만하지만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마이산은 처음부터 사람에게 가까운 얼굴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고, 말수도 줄어듭니다. 이 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준비는 시작된 셈입니다.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을 떠나 낯선 산천의 초입에 들어서니, 마음속으로 깊은 울림이 전해져 발걸음을 멈추고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 [여정의 시작] 돌이 기도를 배운 산, 마이산의 침묵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 아래 누군가는 기행이라 했고 누군가는 신앙이라 불렀던 자리 이갑룡 처사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것은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었다 시멘트도 접착제도 없이 오직 돌과 돌이 서로를 기대어 선 풍경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욕심 없이 올린 서두르지 않은 태도 때문이었으리 돌이 기도를 배운 것이...

용문산 산행기, 오래된 산의 손을 다시 잡다

이미지
양평 용문산 가섭봉 산행을 담은 썸네일입니다. 용문사에서 출발해 천년 은행나무를 지나 마당바위와 너덜길을 거쳐 가섭봉 정상으로 향하는 산행의 설렘과 긴장감을 표현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 삼켜버린 기억 속에서, 거의 십 년 혹은 이십 년 간격으로 며칠 전 이 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양평 세숫골에서 올라 누리봉, 함왕봉, 장군봉을 지나 정상인 가섭봉에 이르고, 다시 마당바위를 통과해 내려오는 긴 산행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이 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라는 것. 해발 1,157미터. 숫자로만 보면 그저 높은 산 하나일지 모르지만, 그 높이까지 오르는 길에는 용문산 특유의 거친 숨결이 있습니다. 바위는 발밑에서 흔들리고, 너덜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어제 계획해 둔 스케줄에 따라 일찍 기상하여 용문산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으로,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용문사로 향했습니다. 양평 용문산 등산코스 용문사 입구 풍경 오늘은 용문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템플스테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들떴습니다. 빠뜨린 것은 없는지 몇 번이나 배낭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산은 몸으로 오르는 곳이지만, 절은 마음을 내려놓으러 가는 곳이 아닌가 생각하며, 용문사를 지나 오전 10시 30분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초입에는 예전과 달라진 새 다리도 보였습니다. 세월은 산에도, 길에도, 사람에게도 흔적을 남깁니다. 오래전 기억 속 풍경과 오늘의 풍경이 겹쳐지며,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일주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 [여정의 시작] 천 년의 숨결을 품은 용문사 은행나무 천 년의 세월을 품고도 아직 푸른 숨을 쉬는 나무가 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보러 오고 어떤 이는 절을 보러 오고 또 어떤 이는 산을 보러 온다 망국의 한을 품은 마의태자의 눈물일까 의상대사가 꽂아둔 지팡이의 기적일까 사실이든 전설이든 그 앞에 서면 사람은 저절로 말이 줄어든다...

[산바람_글바람 ②] 비 오는 날의 설악산 공룡능선, 15시간의 사투와 성찰

이미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때로는 예보된 시련을 알면서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설악산에 비 예보가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새겨둔 약속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백구간극(白駒過隙)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금이 아니면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설악의 속살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 [여정의 시작] 새벽 두 시, 겨울비 내리는 소공원의 침묵 새벽 두 시의 설악산 소공원. 헤드랜턴의 차가운 불빛 아래서 조용히 배낭을 정리하는 사람들 사이로, 겨울비가 안개처럼 흩날렸습니다. 맑고 화창한 날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험하기로 손꼽히는 공룡능선인데, 비까지 더해진 우중 산행의 불안감은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찔러왔습니다. 하지만 '출발'이라는 단호한 결정 앞에서 그 모든 두려움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물러났습니다. 소공원을 지나 비선대, 금강굴, 그리고 마등령으로 거칠게 오르는 길.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는 눈을 가릴 만큼 짙어졌고, 세차게 들이치는 빗물에 젖은 바위는 손을 대는 순간 미끄러움이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온몸에 전해졌습니다. 공룡능선은 그 품에 들어서는 순간 인류의 선택을 가장 단순하게 좁혀버립니다. '돌아가거나, 끝까지 가거나.' 중간에 탈출로가 없는 이 거대한 암릉 위에서 갈림길이 사라지니, 복잡했던 마음도 도리어 단순하고 명료해졌습니다. 오직 다음 바위, 다음 홀드, 다음 발 디딤만을 생각하며 한 세포 한 세포에 온 신경을 집중해 몸을 옮겼습니다. ⛰️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 핵심 요약 및 실전 가이드 구분 상세 안내 및 실전 안전 팁 산행 코스 소공원 ➡️ 비선대 ➡️ 마등령 삼거리 ➡️ 공룡능선(나한봉, 1275봉, 신선대) ➡️ 무너미고개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원점회귀 소요 시간 총 15시간 (우천 및 악천후로 인한 정체 포함) / 맑은 날 기준 평균 11~12시간 산행 난이도 최상 (★★★★★) — 우천 시 암릉 구간이 빙판처럼 미끄러워지...

[산바람_글바람 ①] 눈 폭탄 속 노고단에서 지리산이 되다

이미지
  짙은 안개와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모두 하얗게 덮어 버린 아침이었다. 별 대신 눈을 만난 겨울 지리산은, 말없이 가장 깊은 풍경을 내게 건네주었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산을 오르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길을 나섰다. 겨울을 붙잡고 길을 나서다 산은 언제나 계절보다 조금 늦게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설 연휴가 지나갔다. 달력 한 장을 넘기기도 전에 1월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어느새 계절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겨울 한가운데 머물러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겨울을 그냥 보내도 괜찮을까.'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특별한 목표도 없었다. 그저 눈이 남아 있는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다. 밤하늘에 별이 떠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보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겨울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컴퓨터를 켜고 기차 시간을 찾아본다. 지리산 대피소 예약 현황도 하나씩 확인한다. 평일이라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장터목 대피소에도 빈자리가 보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노고단 대피소. 이번 여행은 정상을 정복하기 위한 산행이 아니다. 산보다 기차를 오래 타고, 목적지보다 가는 길을 더 오래 바라보는 여행이다. 겨울을 조금 더 오래 품고 싶어서 떠나는, 아주 소박한 외출이었다. ────────────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지리산 노고단 · 화엄사 겨울 산행 🏔 산행지 지리산 노고단 · 화엄사 📅 산행 시기 1월 말 ~ 2월 초 (겨울) 🥾 산행 코스 성삼재 →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 → 무넹이 → 화엄사 📏 총거리 약 10~12km ⏱ 예상 시간 약 6~7시간 ⭐ 난이도 ★★★★☆ (겨울 기준) ❄ 산행 환경 폭설 · 적설 · 해빙 구간 🏡 숙박 노고단대피소 1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