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글바람 ①] 눈 폭탄 속 노고단에서 지리산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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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끝자락, 눈으로 덮인 노고단 정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날의 지리산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산을 오르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길을 나섰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지리산 노고단
📅 산행 시기 1월 말 ~ 2월 초 (겨울) 🥾 산행 코스 성삼재 →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 → 무넹이 → 화엄사 📏 총거리 약 10~12km ⏱ 예상 시간 약 6~7시간 ⭐ 난이도 ★★★★☆ (겨울 기준) ❄ 산행 환경 폭설 · 적설 · 해빙 구간 🏡 숙박 노고단대피소 1박 🚆 이동 방법 ITX → 무궁화호 → 택시 오래된 겨울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설 연휴가 지나고 달력은 어느새 2월을 향하고 있었다. 봄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겨울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겨울을 그냥 보내도 괜찮을까. 배낭을 꺼내고 노고단 대피소 예약을 다시 확인했다. 평일이라 장터목에도 자리가 남아 있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달랐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겨울 지리산을 조금 더 오래 품고 싶었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 집을 나서 상봉역으로 향했다. 전철을 타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지만 시간이 조금 여유로운 날이면 나는 일부러 면목시장을 걸어 지나가곤 했다. 시장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냄새와 소리, 온기가 먼저 다가온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 가장 편안한 길일 때가 있다 ⭐ 산바람 · 글바람길은 멀리서 시작되지 않았다 익숙한 골목을 천천히 걸어 나서는 그 순간 이미 산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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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산보다 먼저 여행을 시작했다
상봉역 승강장에는 아침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복잡한 출근 시간에 큰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나는 용산역으로 가는 길을 일반 전철 대신 ITX를 선택하곤 한다. 조금 더 빠른 것보다, 복잡한 출근길에서 내 배낭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여행은 누군가와 공간을 나누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오전 8시, 붐비는 ITX에 올라타 예약된 자리를 찾아갔다. 역시나 누군가 앉아 있었다.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표를 확인하자 여학생인 듯한 승객이 미안해하며 바로 일어선다. 당연한 내 권리인데도 괜히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자리에 앉아 이번 여행의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다들 마스크를 쓴 채 기차 창밖을 보고 있었고, 나 역시 며칠째 낫지 않은 감기 기운에 눈치가 보일까 봐 기침을 참으며 용산역으로 향했다. 스스로 만든 짐을 메고 1월을 천천히 뒤로 지우러 가는 길이었다.
용산역에 도착해 생긴 20분의 여유는 손에 커피 한 잔을 쥐어 주었다. 문득 적자라는 미명 하에 사라져 버린 오래전 무궁화호의 카페칸이 그리워졌다.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던 그 낭만적인 공간은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육중한 몸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여수행 무궁화호는 여전히 서두르지 않는 여행자를 닮아 있었다.
기차에 올라타 자리를 찾던 할머니를 도와드린 후, 나는 길쭉한 의자와 넓은 창문이 남아 있는 자판기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차 여행의 가장 큰 목적지는 언제나 창밖이었으니까.
열차는 천안과 서대전을 지나 천천히 남쪽으로 달렸다. 나란히 이어지는 철길들이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뜀박질을 하고, 수확이 끝난 들판 위에는 하얀 볏짚 더미들이 썰렁한 겨울 풍경을 대변하듯 흩어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룡을 지나던 개울가 다리 밑에 쳐진 겨울 캠핑 텐트들을 보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여행 방식이 있음을 실감했다.
잠시 졸다 깨니 뒷좌석이 소란스러웠다. 할머니 한 분이 다른 학생들의 자리에 잘못 앉으셨는데, 표를 확인한 후에도 "나 아까부터 앉아 왔고 환자야, 이따 내리면 와" 하고 무대포로 버티시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군말 없이 다른 빈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기차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이들의 부드러운 배려와 착한 마음도 함께 싣고 달린다는 것을 깨닫는 사이, 열차는 오후 1시 40분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 산바람 · 글바람
기차는
사람을
목적지로 데려가고
창밖은
마음을
여행하게 했다
떠나는 길도
이미
여행이었다
겨울은 계획대로 오지 않았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 서울과는 다른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이제부터는 기차의 시간이 아니라 지리산의 시간이었다.
역 앞 안내소에서 성삼재행 노선을 확인하고 군내버스를 타 구례공용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높은 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철(11월 중순~4월 말)에는 폭설과 결빙으로 인해 성삼재로 올라가는 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는 사실이었다. 안내판 밑에 작게 적힌 그 글귀를 미처 보지 못한 내 바보 같음이 잠시 낭패로 다가왔다.
버스가 없다면 남은 방법은 택시뿐이었다. 미터기도 켜지 않은 채 4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요구하는 상황에 잠시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편의점에서 라면 두 개를 사 배낭에 쑤셔 넣고 택시에 올랐다.
차가 산길을 구불구불 오를 무렵, 대피소에서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차량 통제가 시작되었으니, 중간부터는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창밖의 겨울 산을 보며 "괜찮습니다, 걸어가겠습니다" 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그 한마디와 함께 이번 여행은 내 계획이 아닌, 지리산이 허락하는 속도를 따라 걷는 여정이 되었다.
택시가 멈춰 선 통제선인 시암재 고개에 내렸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눈 덮인 아스팔트 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계획은 조금씩 어긋났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하얀 눈길을 따라 30분쯤 걸어 올라가니 저 멀리 성삼재 휴게소가 보였다. 산 아래에서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불과 몇백 미터 높이 차이로 성삼재는 온통 새하얀 눈천지였다. 길가에 서서 나를 반겨주는 작은 눈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눈 폭탄에 고개를 숙인 산죽들을 지나며 세상은 점점 더 짙은 겨울 한가운데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 겨울철 지리산 교통 이용 메모
매년 11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는 성삼재행 버스 운행이 중단됩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겨울 하루를 머물다
마침내 하얀 싸락눈이 흩날리는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배낭을 내려놓는 순간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한 뱃속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기차에서 먹은 빵 조각으로는 부족했는지 서둘러 라면을 끓이러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취사장에는 이미 식사를 준비하던 또 다른 산행객 한 분이 계셨다. "오늘 넘어갈 거냐"는 갑작스러운 인사에 웃으며 내일 노고단만 갔다가 하산할 계획이라 답했다. 밖의 싸락눈은 어느새 세상을 다 뒤엎을 듯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익숙한 손끝으로 김치찌개를 끓이시던 그분은 냄비를 내 쪽으로 슥 밀어주셨다. "같이 드세요."
산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 사이의 거리가 쉽게 좁혀진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뜨거운 김치찌개와 라면 국물을 나눠 먹으며 산 이야기가 따뜻하게 무르익었다. 혼자 다니면 친구가 없는 줄 안다며 웃으시는 이야기, 타인과 걸음을 맞추기 어렵다는 종주 산행의 깊은 속내까지. 말이 길지 않아도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는 산의 대화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오늘 밤 별은 끝내 볼 수 없겠지만 아쉽지 않았다. 별 대신 함박눈이 내리는 지리산을 만난 것 자체가 선물이었다.
노고단 대피소는 등산화·의류 건조기와 전기 콘센트까지 갖춰져 있어 겨울 산행객들에게 무척 아늑한 공간이다. 실내의 온기 속에서 벽을 스쳐 가는 작은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며 '배낭에 숨어 집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하는 사소하고 엉뚱한 걱정에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겨울 대피소의 소등 시간인 밤 8시, 불이 꺼지고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다. 창밖의 눈 내리는 소리와 지붕을 스치는 바람, 낮게 울리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지리산의 깊은 겨울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 노고단 대피소 이용 가이드
국립공원 대피소는 겨울철 오후 8시에 일제히 소등하므로 저녁 식사는 조금 일찍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밤새 내린 눈은 대피소 앞마당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사람보다 먼저 겨울이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
눈으로 다시 태어난 아침, 마침내 노고단
잠을 몇 번이나 설치고 눈을 뜨니 아침 6시였다. 대피소 문을 열고 나서자 밤새 내린 눈이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모든 풍경을 하얗게 덮어버린 후였다.
일찍 내려간 취사장에서는 일흔 연세에도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까지 이틀간의 종주를 이어가신다는 백발의 여성 산행객 네 분이 밝은 표정으로 국을 끓이고 계셨다. 부모를 따라 묵묵히 취사도구를 든 중학생 아이의 흐뭇한 모습을 보며 지리산의 아침을 맞이했다. 담요를 반납하고 짐을 정리한 후, 어젯밤 취사장의 동행에게 남은 비상식량을 나누어 드리고 마침내 노고단 정상으로 향했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정적 그 자체였다. 밤새 내린 눈으로 탐방로의 경계는 사라지고 먼저 간 이들의 발자국만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가 적막을 깨우고, 눈꽃으로 뒤덮인 나뭇가지들 사이로 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마침내 도착한 노고단 정상, 그곳엔 사람도 거의 없이 온통 순백의 눈 세상만이 펼쳐져 있었다. 새로운 세상과 마주한 듯한 경외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짧은 인사를 나누는 얼굴마다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 하얀 풍경 속에서 마음속으로 시 한 편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 시 : 노고단
오늘은 할매의 정성도 그릇 그대로
제단은 하얀 눈에 스며들고
그 위에 선 나 또한
눈이 되었다.
계단마다,
가지마다,
사연은 눈꽃으로 피어났고
어디쯤 숨었는지
내 추억도,
내 기억도,
오늘만큼은 노고단에 잠시 묻어 두었다.
노고 할매의 타령소리가
바람을 따라 들려오는 듯했다.
조금씩 그 소리에 다가가던 나도
어느새 하얀 눈꽃 속으로
파묻히듯 스며들었다.
오늘,
나도 지리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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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내린 눈과 짙은 안개가 정상을 온통 하얗게 감싸고 있었다. 시야는 짧았지만, 그 고요함 만큼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
산은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처음 마음먹은 길을 끝까지 걷기 위해 화엄사 방향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만났던 가족들이 화기애애하게 하산하는 부러운 모습을 뒤로하고 홀로 조용한 탐방로를 내려갔다.
화엄사 코스는 원래도 돌과 바위가 가득한 거친 계곡 지역인데, 밤새 내린 폭설로 바위와 길의 경계가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하산길의 가파른 깔딱고개인 무넹이 고개에 다다르자 경사는 코가 닿을 만큼 급해졌고, 눈이 너무 깊게 쌓여 아이젠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던 그 순간, 결국 발밑이 미끄러지며 몸이 큰 중심을 잃고 고꾸라졌다.
순간적으로 스틱에 몸을 의지했으나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등산스틱이 완전히 부러져 나갔고, 나머지 한쪽은 충격으로 2미터 저편 눈밭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잠시 멈춰 가쁜 숨을 고르며 눈밭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각도가 틀어졌어도 크게 다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몸은 다친 곳이 없었으니, 내 거친 무게와 충격을 가여운 등산스틱이 온전히 대신 받아준 셈이었다. 한 손에는 부러진 스틱을 쥐고, 다른 손에는 휘어진 스틱을 짚은 채 "바위님,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하고 속으로 되뇌며 다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 무넹이 고개 하산 안전 메모
화엄사 하산길은 지리산 내에서도 경사가 급하고 거친 너덜지대입니다
겨울은 천천히 봄에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단 한 명의 발자국만 선명하게 찍히는 고요한 눈길을 따라 얼마나 내려왔을까, 계곡 저편에서 쉼 없는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 녹은 물은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아는 듯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고도를 서서히 낮출수록 사방을 덮고 있던 하얀 눈들이 듬성듬성 사라지며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눈을 머리에 이고 있던 나무들이 본래의 색을 찾더니, 이윽고 사방이 싱그러운 초록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위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아래로 한 시간쯤 내려오자 봄 향기를 가득 품은 파릇한 대나무 숲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길목에서 힘겹게 오르던 여성 산행객 네 분을 만나 "위에는 눈이 많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고 미끄러우니 조심하시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불과 한 시간 남짓한 걸음 속에서 나는 겨울과 봄이라는 두 계절의 경계를 오롯이 걸어온 셈이었다. 다리는 묵직하게 아파왔지만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워졌다.
⭐ 산바람 · 글바람
산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라고 가르쳤고,
나는 끝까지 산을 존중하며 걸어가는 법을 배웠다.
겨울은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가파른 길을 무사히 빠져나와 화엄사를 차분하게 한 바퀴 돌았다. 절 입구에서 오늘 처음으로 지리산 종주를 시작한다는 혼자 온 산행객과 마주쳤다. 눈 많은 날 일찍 세석까지 가려면 고생길이 훤할 텐데 지리산이 처음이라 하니 덜컥 걱정이 앞섰다. "위에는 눈이 아주 많으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라는 짧은 안부를 건네고 구례구역으로 향했다.
구례구역 플랫폼에는 저마다의 겨울 여정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다시 용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올 때와 같은 열차였지만 차창을 바라보는 마음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처음 기차를 탔을 때는 겨울 지리산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지금은 그 겨울의 침묵을 가슴에 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하얀 능선이 점점 멀어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다. 지리산의 하얀 눈은 손을 흔들며 멀어지고 열차는 속도를 높였지만, 그 겨울은 서울까지 나를 따라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영원히 머물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에필로그
산을 기록하려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기억에 남은 것은 높이도, 거리도, 시간도 아니었다.
면목시장의 다정한 가래떡 냄새, 전철역에서 만난 여학생과 할머니의 작은 풍경, 대피소 취사장에서 모르는 이와 나눈 김치찌개의 온기, 눈꽃으로 가득했던 경외로운 노고단, 그리고 무넹이 고개에서 내 몸 대신 부러져 나간 등산스틱과 봄처럼 흘러내리던 초록 계곡의 물소리. 그 모든 사소하고 다정한 순간들이 모여 이번 겨울의 지리산이 되었다.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계절도, 눈도, 그때의 마음도 다시는 똑같이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은 기억보다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언젠가 다시 깊은 겨울이 찾아오면, 나는 또 천천히 배낭을 메고 산바람을 따라 길을 나설 것이다.
⭐ 산바람 · 글바람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오늘도 산은 말을 아꼈고,
나는 그 침묵을 한 걸음씩 마음에 담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 이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계절과 기상, 탐방로 통제, 교통편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출발 전 최신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사이트 및 예매 정보
🌿 ① 지리산 노고단 예약 국립공원공단 공식 예약시스템입니다. 노고단 대피소 숙박 예약, 정상 탐방 예약 및 실시간 탐방로 운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② 코레일 기차 예매 구례구역으로 가는 KTX, ITX, 무궁화호 승차권 예매 및 열차 시간표 확인이 가능합니다.
🗺️ ③ 산행 코스 지도
이번에 다녀온 성삼재 ~ 노고단 ~ 화엄사 코스의 전체적인 등산로와 위치는 아래 네이버 지도를 통해 편리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네이버 지도로 코스 연결하기 (성삼재)
🌿 ④ 겨울 지리산 준비물 체크리스트
[ ] 아이젠 / 스패츠
[ ] 방풍 자켓 / 방한 장갑
[ ] 보온병 / 헤드랜턴
[ ] 등산 스틱
[ ] 여벌 양말 / 비상식량
[ ] 휴대용 보조배터리 / 개인 상비약
🌿 ⑤ 추천 숙소
🏡 호텔 지리산햇살 노고단과 화엄사 산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숙소입니다. 화엄사 입구와 가까워 산행 전후 머물기 좋으며, 조용한 분위기와 깔끔한 객실이 장점입니다.
📍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386-3
☎ 전화: 061-783-9600
🏡 구례옥잠 구례읍 중심에 위치한 한옥 감성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행의 여운을 이어가기 좋으며, 화엄사와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합니다.
📍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상설시장길 17-10
☎ 전화: 010-8286-1710
🏡 The-K 지리산 가족호텔 지리산온천지구에 위치한 대표 숙소입니다. 넓은 객실과 온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여행과 겨울 산행의 거점으로 이용하기 좋습니다.
📍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317
☎ 전화: 061-783-8100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②] 비 오는 날의 설악산 공룡능선, 15시간의 사투와 성찰
이번 지리산 노고단 여정이 눈 덮인 고요 속에서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면, 다음 여정은 비를 맞으며 끝없이 이어진 암릉 위에서 거친 자신과 마주했던 치열한 하루의 기록입니다.
예상보다 길어진 산행, 멈출 수 없었던 발걸음, 그리고 거친 능선 위에서 온몸으로 배운 겸손. 15시간 동안 이어졌던 설악산 공룡능선의 여정을 「비 오는 날의 설악산 공룡능선, 15시간의 사투와 성찰」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산은 달라도, 마음을 걸어가는 길은 계속됩니다.
🍃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계절에 그 길을 걷습니다.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풍경 하나로 남기를 바랍니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산바람 · 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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