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㊴」 울릉도 성인봉 산행기, 푸른 멀미를 건너 섬의 산에 오르다


울릉도 안평전에서 성인봉 정상으로 오르는 봄 산길과 도동항, 사동항, 독도 유람선에서 바라본 푸른 동해와 갈매기 풍경
성인봉정상

묵호행 밤기차와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고 혼자 울릉도로 향했다. 사동항에 도착한 뒤 안평전에서 성인봉에 오르고 도동항으로 내려왔으며, 다음 날에는 독도 앞바다까지 다녀오며 섬과 산, 바다와 멀미가 뒤섞인 여행을 만났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울릉도 성인봉은 섬 한가운데 솟은 산이었다. 나는 푸른 동해의 멀미를 건너 그 산에 올랐고, 섬은 바다와 숲과 사람 사는 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미지의 섬으로 가는 밤기차

울릉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있던 섬이었다. 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지도 위에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지만, 막상 떠나려 하면 늘 마음이 한 번 더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섬이라는 말에는 묘한 설렘과 거리감이 함께 있다. 산은 길을 찾아가면 오를 수 있지만, 섬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고, 배가 떠야 하고, 멀미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울릉도는 쉽게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건너야 하는 여행지처럼 느껴졌다.

2014년 4월, 마침내 마음을 정했다. 4월 25일 금요일 밤, 묵호행 마지막 기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11시 25분 강릉행 무궁화호였다.

기차에 오르자 어린 시절 수학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도 산을 찾아 기차를 타곤 했지만, 그날의 기차는 조금 달랐다. 목적지가 산 아래 역이 아니라 바다 건너 섬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차창 밖은 어두웠고, 객실 안 사람들은 하나둘 잠들었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마음은 이미 울릉도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등산화와 산행 준비물이 들어 있었고, 머릿속에는 성인봉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기차는 밤을 가르며 동해 쪽으로 달렸다. 네 시간 반쯤 흘렀을까. 어느새 묵호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울릉도 성인봉

📅 산행일
2014년 4월 말 기록

🥾 산행 코스
사동 숙소 부근 → 안평전 → 성인봉 정상 → 도동항 방향 하산

📏 산행 거리
왕복 기준 약 10km 안팎의 성인봉 산행

산행 시간
오후 산행으로 진행한 반나절 산행

난이도
★★★☆☆

성인봉은 섬의 산답게 바다 가까운 마을에서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안평전에서 오르는 길은 비교적 접근이 좋지만, 정상 이후 도동항 방향 하산길은 경사가 심한 구간이 있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 산행환경
울릉도 봄 산행 · 안평전 코스 · 명이나물밭 · 동백꽃 · 완두콩밭 · 성인봉 정상 · 잔설 계곡 · 도동항 하산

🏡 숙박
사동항 인근 펜션 숙박

🚢 이동방법
청량리역 밤기차 → 묵호항 → 울릉도 사동항 여객선 → 숙소 이동 후 성인봉 산행


묵호의 어둠과 울릉도행 배

묵호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어둠이 깊었다. 여객터미널에서 여행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배 출발은 9시였다.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한잠도 자지 못한 채 도착한 묵호는 낯설었다. 아직 문을 연 곳도 많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바다 냄새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느껴졌고, 항구의 불빛은 잠 덜 깬 여행자의 눈에 조금 흐리게 번졌다.

사우나를 찾아 몸을 잠시 녹이고,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밤기차를 타고 새벽 항구에 도착한 사람에게는 그런 어정쩡한 시간이 반드시 따라온다. 여행은 늘 멋진 장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다림과 졸림, 허기와 서성거림도 여행의 일부다.

마침내 승선권을 받고 울릉도행 배에 올랐다.

그 무렵은 세월호 사고가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배를 탄다는 일이 예전처럼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잡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망설임을 안고 배에 올랐다.

예상보다 배 안은 한산했다. 빈자리가 제법 보였다. 서해 바다는 몇 번 건넌 적이 있었지만, 동해 바다를 세 시간 가까이 이렇게 건너는 것은 처음이었다.

바닷물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였다. 아니, 시리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빛이 배 옆으로 끝없이 밀려왔다.

한 시간쯤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식은땀이 흘렀다. 멀미가 시작된 것이다. 남들은 괜찮아 보이는데, 나는 더 버티지 못하고 화장실을 찾았다. 아침에 먹은 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비몽사몽 두 시간을 더 버텼다.

그렇게 사동항에 도착했다. 시간은 낮 12시쯤이었다.


사동항에서 곧장 성인봉으로

사동항에 내리니 여행사 가이드가 이름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 공항도 아닌데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래도 낯선 섬에 막 도착한 사람에게는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미니버스를 타고 펜션으로 이동했다. 우선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은 배편과 잠자리 정도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유 일정에 가까웠다.

오후 독도행 배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성인봉으로 향하기로 했다.

울릉도까지 와서 성인봉을 미룰 수는 없었다. 바다를 건너 섬에 들어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산이었다. 마침 묵은 펜션에서 걸어갈 수 있는 안평전 코스가 있었다. 배멀미로 몸은 완전히 개운하지 않았지만, 산을 보면 이상하게 다시 힘이 난다.

길가에는 울릉도에서 유명한 명이나물밭이 보였다. 다 져가는 동백꽃도 있었고, 한창 자라는 완두콩도 보였다. 섬의 봄은 육지보다 조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바다 냄새와 흙냄새가 함께 섞였고, 산자락에 기대어 선 집들과 밭들은 섬의 경사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자 동네 주민인 듯한 분들이 커다란 나물 자루를 이고 내려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산림청 허가를 받고 나물을 채취해 파는 분들이라고 했다.

길가 플래카드를 보니 나물을 채취하다가 매년 사고가 나는 모양이었다. 울릉도의 산은 아름답지만 만만하지 않았다. 섬이라 그런지 바다를 벗어나면 곧바로 언덕길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집도 산자락에 기대어 있었다.

섬은 평평한 땅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울릉도 가볼까나

울릉도 가볼까나 / 송현

시리고 푸른 물결 다리 삼아
여객선마다 사람 가득
선물 한 보따리 싣고
울릉도 가볼까나.

가슴가슴 동해 파도 타고
선창가 메아리치는
오징어 파는 정겨운 소리
듣고 싶어 맥주 들고
울릉도 가볼까나.

둘러앉은 항구마다
뱃고동 마디마디 희망찬 노래,
사람 사는 소리 듣고 싶어
손에 손잡고
울릉도 가볼까나.

거북 등짝 같은 신작로
평지를 떠나
성인봉 아래
모이고 줄 서는 그 모습이 보고 싶어
등산화 고쳐 매고
울릉도 가볼까나.

성인봉 올라서면
지척으로 다가온 독도가
부르는 노래 소리 듣고 싶어
외로운 독도 달래주러
울릉도 가볼까나.

갈매기 이야기 소리,
어부들 애환 가득한 그 소리
가만히 들어주러
울릉도 가볼까나.


섬의 산, 성인봉에 오르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육지의 산과 달랐다. 산 아래에서 한참 숲으로 들어가야 산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벗어나자 곧바로 산이 몸을 세우는 느낌이었다. 바다와 산 사이의 여백이 짧았다.

오르다 보면 뒤로 바다가 보였다. 산에 오르고 있는데도 자꾸 바다가 따라왔다. 울릉도의 산행은 그래서 독특하다. 발은 숲속에 있지만, 마음은 자꾸 바다 쪽을 돌아본다.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배멀미가 남아 있던 몸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성인봉이라는 이름이 발걸음을 끌어올렸다. 울릉도까지 왔는데, 이 산을 오르지 않고 내려갈 수는 없었다.

중간중간 나물 자루를 멘 주민들을 만났다. 여행자로서 걷는 나와, 삶의 일부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걸음은 달랐다. 나는 풍경을 보러 왔지만, 그들에게 산은 생계와 이어진 곳이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길가의 명이나물밭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관광객에게는 울릉도 별미지만, 누군가에게는 봄마다 손으로 일궈야 하는 삶의 밭이었다.

성인봉에 도착하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섬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이상한 기분을 준다. 산 위에 올랐는데, 사방의 끝은 결국 바다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육지의 연장이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이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잠시 정상에 서서 숨을 골랐다. 동해의 푸른 멀미를 건너왔고, 사동항에 내려 곧장 산으로 들어왔고, 드디어 성인봉에 섰다. 대단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도동항으로 내려가는 길

하산길은 올라온 길과 다른 방향인 도동항 쪽으로 잡았다. 아직 계곡에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4월 말의 울릉도였지만, 성인봉의 골짜기에는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섬의 산은 내려가는 길도 만만하지 않았다. 경사가 심했고, 발을 잘못 디디면 몸이 앞으로 쏠릴 듯했다. 울릉도가 평평한 섬이 아니라, 바다 위로 솟아오른 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한참을 내려오니 아기자기한 마을과 항구가 보였다. 도동항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항구를 만나는 기분은 특별하다. 땀과 흙먼지가 묻은 몸으로 바닷바람을 맞으면, 산행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렘이 함께 밀려온다.

우선 울릉도의 회맛을 보기로 했다. 바닷가에 펼쳐진 좌판에서 방어 한 마리와 한치를 골랐다. 아직 오징어는 없다고 했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생각보다 물가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저녁을 맞았다.

다시 간단히 시장을 보고 택시를 잡았다. 펜션이 산속에 있어 버스는 마땅치 않았고, 길도 서툴러 걸어가기는 어려웠다. 울릉도의 택시는 서울의 택시와 달랐다. 대부분 사륜구동 차량이었고, 미터기보다는 거리에 따라 요금을 부르는 식이었다.

섬의 길은 좁고 가팔랐다. 차가 오르내릴 때마다 울릉도 사람들의 운전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떨어졌다. 밤기차, 배멀미, 성인봉 산행, 도동항의 저녁까지 하루가 너무 길었다.

섬에 들어온 첫날은 그렇게 끝났다.


독도 앞바다에서

다음 날 아침, 독도행 배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라면을 끓여 먹고 미니버스에 올랐다. 독도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다시 푸르디푸른 동해 바다였다. 배가 작은 탓인지 유난히 시소를 많이 타는 듯했다. 파도에 몸이 오르내릴 때마다 어제의 멀미가 다시 떠올랐다.

독도에 도착할 무렵, 선내 방송이 나왔다.

독도 상륙은 불가능하다는 안내였다.

아쉬웠다. 여기까지 왔는데 땅을 밟지 못한다니. 그러나 바다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다. 배는 독도를 한 바퀴 돌아 잠시 멈추었고, 밖으로 나갈 시간을 주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독도가 눈앞에 서 있었다. 반기는 것은 파도와 갈매기였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십 분쯤 되었을까. 다시 들어가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독도는 가까웠지만 멀었다.

눈앞에 있었지만 발을 딛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 섬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이 많다. 날씨와 파도, 배편과 시간표 앞에서 사람의 계획은 자주 작아진다.

갈매기들은 배를 따라왔다. 누군가 던진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이리저리 날았다. 그중 하나가 배설물을 떨어뜨렸고, 나도 그 흔적을 맞고 말았다. 독도 앞바다에서 받은 갈매기의 인사라고 해야 할까. 멋진 감동과 약간의 코미디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돌아가는 길, 또 멀미가 시작되었다. 육지를 밟지 못한 탓일까. 다시 아침을 토해내고 사동항에 도착하니 낮 12시쯤이었다.

독도는 멀고도 가까웠다.

그리고 나는 그 멀미까지 포함해 독도를 기억하게 되었다.


도동에서 저동으로, 섬의 길을 걷다

사동항에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오후에는 운동 삼아 다시 도동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점심으로 오징어 내장탕을 먹었다. 울릉도에 왔으니 오징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 뒤 해변도로를 따라 산을 넘어 저동항으로 가보기로 했다. 점심도 소화시킬 겸 걷는 길이었다.

파도에 깎인 바위는 여기저기 구멍을 내고 있었다. 바다는 바위를 천천히 깎아 자신의 시간을 새겨놓고 있었다. 울릉도의 해안은 부드럽기보다 날카롭고, 아기자기하기보다 힘이 있었다.

다시 산을 넘어 저동항에 도착했다. 저동항은 울릉도에서 큰 항구라고 했다. 그러나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곧바로 산길과 언덕길이었다. 길은 좁았고, 대부분 시멘트 포장길이었다. 차들이 서로 비켜가며 조심스럽게 오갔다.

울릉도에서는 평지가 귀했다. 사람들은 좁은 길과 가파른 비탈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집도, 밭도, 길도 모두 산과 바다 사이에 자리를 나누어 잡은 듯했다.

저동항에서도 바닷가에 앉아 회와 소주를 친구 삼았다. 혼자 여행에서는 말벗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바닷바람이 말벗이 되고, 항구의 소리가 술잔을 채워준다.

시장에 들러 간단한 것을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울릉도의 둘째 날도 저물었다.


떠나는 날의 기다림

울릉도를 떠나는 날, 배는 오후 3시에 출항한다고 했다. 그런데 퇴실 시간은 오전 9시였다.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았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늘 이런 시간이 있다. 더 멀리 가기에는 애매하고, 가만히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 도동항과 사동항을 오가며 우물거리다 보니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사동항에 가니 시간이 너무 많았다. 식당도 마땅치 않았고, 간이매점에서 파는 것은 소주와 컵라면, 과자 정도가 전부였다. 어쩔 수 없이 깡소주와 컵라면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멀미약을 먹었다. 그 덕분인지 돌아오는 배에서는 비교적 편하게 묵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묵호항에 도착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또 저녁에 간단히 소주 한잔을 했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기차를 취소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비는 잦아들었다.

서울에는 오던 비가 나를 보고 멈춘 듯했다.


울릉도에서 만난 것들

울릉도 여행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밤기차를 타고, 새벽 묵호를 헤매고, 배멀미를 하고, 사동항에 내려 곧장 성인봉에 올랐다. 다음 날에는 독도 앞바다까지 다녀왔지만 상륙하지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도 멀미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단함이 싫지 않았다.

울릉도는 편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길은 좁고 가팔랐고, 이동은 쉽지 않았고, 배편은 바다의 기분에 따라 흔들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모든 것이 쉽게 정리되는 여행이었다면 이렇게 선명하게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성인봉에 오르며 본 명이나물밭과 동백꽃, 나물 자루를 멘 주민들, 도동항의 좌판과 방어 한 접시, 독도 앞바다의 갈매기와 파도, 저동항으로 넘어가던 좁은 길, 떠나는 날 사동항에서 보낸 어정쩡한 시간까지.

모두가 울릉도의 얼굴이었다.

울릉도는 섬이면서 산이었다. 산이면서 바다였다. 항구이면서 마을이었고, 관광지이면서 누군가의 삶터였다. 여행자인 나는 며칠 머물다 떠났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매일 그 가파른 길과 푸른 바다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울릉도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섬으로 기억된다.


에필로그|푸른 멀미를 건너 섬의 산에 오르다

울릉도는 오래 마음속에 두었던 섬이었다. 가보겠다고 여러 번 마음먹었지만 쉽게 떠나지 못했다. 섬은 산과 달랐다. 산은 길을 찾아가면 오를 수 있지만, 섬은 바다를 건너야 했다. 배가 떠야 하고, 날씨가 허락해야 하고, 멀미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해 4월, 마침내 묵호행 밤기차에 올랐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늦은 무궁화호였다. 객실 안의 사람들은 잠들었지만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이 있었다. 목적지는 산 아래 역이 아니라 바다 건너 울릉도였다.

묵호의 새벽은 어두웠고, 여객선 출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기다림과 졸림, 사우나와 아침밥, 항구의 서성거림을 지나 울릉도행 배에 올랐다. 동해는 푸르다 못해 검게 보였다. 그 바다를 세 시간 가까이 건너는 동안 나는 심한 멀미를 했다. 섬은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동항에 도착하자마자 성인봉으로 향했다. 독도행 배가 없다는 말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안평전으로 오르는 길에는 명이나물밭과 다 져가는 동백꽃, 완두콩밭이 있었다. 나물 자루를 멘 주민들도 보였다. 여행자로 걷는 나와 삶의 일부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걸음은 달랐다.

성인봉에 오르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섬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육지의 산과 다른 느낌을 준다. 산에 올랐는데도 끝은 바다였다. 내가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났다.

하산은 도동항 쪽으로 잡았다. 계곡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고,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했다. 울릉도는 평지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섬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항구에서 방어와 한치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마셨다. 바닷바람이 불고, 산행의 피로가 조금씩 풀렸다.

다음 날에는 독도로 향했다. 그러나 상륙은 허락되지 않았다. 배는 독도 앞바다에 잠시 머물렀고, 나는 파도와 갈매기 사이로 독도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데 밟을 수 없는 땅. 그 아쉬움이 오래 남았다. 갈매기가 남긴 장난 같은 흔적까지도 이제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울릉도에서는 도동과 저동을 걷고,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고, 바닷가에서 회와 소주를 친구 삼았다. 떠나는 날에는 사동항에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다 멀미약을 먹고 배에 올랐다. 묵호에 도착하니 비가 내렸고, 결국 기차 대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보면 울릉도 여행은 편한 여행이 아니었다. 밤기차와 배멀미, 가파른 산길과 독도 상륙 실패, 어정쩡한 대기 시간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오히려 울릉도를 더 오래 남게 했다.

울릉도는 섬이면서 산이었고, 산이면서 바다였다. 나는 푸른 멀미를 건너 성인봉에 올랐고, 독도 앞바다에서 발 닿지 못한 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어떤 여행은 도착보다 건너가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울릉도 성인봉은 섬 한가운데 솟은 울릉도의 최고봉으로, 안평전·대원사·KBS중계소·나리분지 등 여러 방향에서 오를 수 있다. 안평전 코스는 사동 쪽에서 접근하기 좋은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성인봉 원시림과 울릉도의 깊은 숲을 만날 수 있다.

울릉도 산행은 육지 산행과 다르게 배편과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멀미약을 준비하고, 배 결항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인봉은 높이만 보고 가볍게 볼 산은 아니다. 섬 특유의 가파른 지형과 급한 하산길이 있어 등산화와 스틱, 충분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독도 여행은 날씨와 파도에 따라 상륙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배가 독도 앞까지 가더라도 상륙하지 못하고 선회 관광만 할 수 있으니, 그 아쉬움까지 일정에 포함해두는 편이 좋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배멀미 대비가 필요하다.
동해는 생각보다 거칠 수 있다. 멀미가 있는 사람은 미리 약을 준비하고, 배 안에서는 무리하게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성인봉은 섬의 산답게 경사가 있다.
마을에서 곧바로 산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도동항 방향 하산은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셋째, 독도 상륙은 날씨와 파도에 달려 있다.
상륙하지 못해도 독도 앞바다까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정이 될 수 있다.

넷째, 울릉도 여행은 교통과 숙소, 배편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퇴실 시간과 배 출항 시간이 맞지 않을 수 있고, 날씨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 있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울릉군 문화관광

👉 울릉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성인봉, 나리분지, 도동항, 저동항, 독도 여행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② 대한민국 구석구석 울릉도 성인봉 트레킹

👉 대한민국 구석구석 성인봉 트레킹 바로가기

성인봉 주요 코스와 울릉도 트레킹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③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인봉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인봉 바로가기

성인봉의 지형과 원시림, 울릉도 지질공원 관련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④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울릉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울릉군 바로가기

울릉도와 독도의 지리, 자연, 문화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⑤ 독도 공식 누리집

👉 독도 공식 누리집 바로가기

독도 역사, 자연환경, 방문 정보와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 울릉도 성인봉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멀미약
신분증
여객선 승선권 확인
접지력 좋은 등산화
등산 스틱
충분한 식수
간단한 행동식
바람막이
우비 또는 방수 재킷
보조배터리
숙소 위치와 이동 방법 확인
배편 결항 가능성 확인
독도 상륙 가능 여부는 현장 안내 따르기
하산 후 택시 요금 미리 확인
섬의 시간에 맞추는 마음
멀미까지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사동항권

사동항은 여객선 도착과 이동이 비교적 편한 편이다. 안평전 방향 성인봉 산행을 계획한다면 사동권 숙박을 고려할 수 있다. 항구와 숙소, 산행 들머리 사이의 이동 방법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울릉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 도동항권

도동항은 울릉도 여행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식당과 숙박, 항구 주변 산책을 함께 즐기기 좋다. 성인봉 하산 후 회와 식사를 즐기기에도 편하다.

👉 울릉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 저동항권

저동항은 오징어와 항구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도동에서 저동까지 해안길과 마을길을 걸으며 울릉도의 일상적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 울릉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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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 글바람 ㊳」 산막이옛길 산책기, 여름 새벽이 깨어나는 시간

산막이옛길에서는 삼복더위를 피해 새벽에 괴산호를 따라 걸었습니다. 텅 빈 주차장과 잠든 매점, 호수에서 먼저 나와 있던 바람, 물 위의 작은 배와 어부,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길이 깨어나는 시간을 조용히 만났습니다.

산막이옛길이 호수와 바람이 먼저 깨어나는 새벽의 길이었다면, 울릉도 성인봉은 푸른 동해를 건너 섬 한가운데 솟은 산으로 들어간 여정이었습니다. 하나는 어디에 닿지 않아도 좋은 길이었고, 하나는 바다를 건너 닿은 섬의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㊵」 홍성 오서산 산행기

울릉도는 섬이면서 산이었고, 산이면서 바다였다. 나는 푸른 멀미를 건너 성인봉에 올랐고, 독도 앞바다에서 발 닿지 못한 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어떤 여행은 도착보다 건너가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다음 산행은 홍성 오서산으로 이어진다. 울릉도 성인봉에서 동해의 푸른 멀미를 건넜다면, 오서산에서는 서해의 바람과 억새가 흔드는 능선 위에서 또 다른 가을의 문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길의 끝에서

울릉도는 오래 마음속에 두었던 섬이었다. 가보겠다고 여러 번 마음먹었지만 쉽게 떠나지 못했다. 섬은 산과 달랐다. 산은 길을 찾아가면 오를 수 있지만, 섬은 바다를 건너야 했다. 배가 떠야 하고, 날씨가 허락해야 하고, 멀미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해 4월, 마침내 묵호행 밤기차에 올랐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늦은 무궁화호였다. 객실 안의 사람들은 잠들었지만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이 있었다. 목적지는 산 아래 역이 아니라 바다 건너 울릉도였다.

묵호의 새벽은 어두웠고, 여객선 출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기다림과 졸림, 사우나와 아침밥, 항구의 서성거림을 지나 울릉도행 배에 올랐다. 동해는 푸르다 못해 검게 보였다. 그 바다를 세 시간 가까이 건너는 동안 나는 심한 멀미를 했다. 섬은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동항에 도착하자마자 성인봉으로 향했다. 독도행 배가 없다는 말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안평전으로 오르는 길에는 명이나물밭과 다 져가는 동백꽃, 완두콩밭이 있었다. 나물 자루를 멘 주민들도 보였다. 여행자로 걷는 나와 삶의 일부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걸음은 달랐다.

성인봉에 오르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섬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육지의 산과 다른 느낌을 준다. 산에 올랐는데도 끝은 바다였다. 내가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났다.

하산은 도동항 쪽으로 잡았다. 계곡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고,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했다. 울릉도는 평지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섬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항구에서 방어와 한치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마셨다. 바닷바람이 불고, 산행의 피로가 조금씩 풀렸다.

다음 날에는 독도로 향했다. 그러나 상륙은 허락되지 않았다. 배는 독도 앞바다에 잠시 머물렀고, 나는 파도와 갈매기 사이로 독도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데 밟을 수 없는 땅. 그 아쉬움이 오래 남았다. 갈매기가 남긴 장난 같은 흔적까지도 이제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울릉도에서는 도동과 저동을 걷고,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고, 바닷가에서 회와 소주를 친구 삼았다. 떠나는 날에는 사동항에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다 멀미약을 먹고 배에 올랐다. 묵호에 도착하니 비가 내렸고, 결국 기차 대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보면 울릉도 여행은 편한 여행이 아니었다. 밤기차와 배멀미, 가파른 산길과 독도 상륙 실패, 어정쩡한 대기 시간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오히려 울릉도를 더 오래 남게 했다.

울릉도는 섬이면서 산이었고, 산이면서 바다였다. 나는 푸른 멀미를 건너 성인봉에 올랐고, 독도 앞바다에서 발 닿지 못한 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어떤 여행은 도착보다 건너가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울릉도는
오래 마음속에 두었던 섬이었습니다.

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몇 번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섬은
산과 달랐습니다.

산은 길을 찾아가면 오를 수 있지만,
섬은 바다를 건너야 했습니다.

배가 떠야 하고,
날씨가 허락해야 하고,
멀미까지 감당해야 했습니다.

4월 어느 밤,
청량리에서 묵호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는 듯
마음이 조금 들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잠들었지만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마음은 이미
푸른 동해 위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묵호의 새벽은 어두웠고,
항구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

기다림과 졸림을 지나
울릉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동해는
푸르다 못해 검게 보였습니다.

아니,
시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멀미가 시작되었습니다.

섬은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비몽사몽으로 버틴 끝에
사동항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곧장
성인봉으로 향했습니다.

안평전으로 오르는 길에는
명이나물밭이 보이고,

다 져가는 동백꽃과
완두콩밭이
울릉도의 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나물 자루를 멘 사람들이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나는 여행자로 산을 올랐지만,
그들에게 산은
하루의 삶과 이어진 곳이었습니다.

섬의 산은
육지의 산과 달랐습니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언덕이고,

숲속을 걷는 동안에도
바다는 자꾸
뒤에서 따라왔습니다.

성인봉에 오르니
멀리 바다가 보였습니다.

산 위에 섰는데도
끝은 바다였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나는 지금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 위에
서 있다는 것을.

하산길은 도동항으로 잡았습니다.

계곡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고,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습니다.

울릉도는
평지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섬이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항구 바람을 맞으며
방어와 한치를 앞에 두고
소주 한잔을 마셨습니다.

그제야
긴 멀미와 산행의 피로가
조금씩 풀렸습니다.

다음 날에는
독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상륙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배는 독도 앞바다에 잠시 머물렀고,
나는 파도와 갈매기 사이로
독도를 바라보았습니다.

눈앞에 있는데
밟을 수 없는 땅.

그 아쉬움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갈매기들은 배를 따라왔고,
파도는 쉬지 않고
배 옆을 두드렸습니다.

독도는
가깝고도 멀었습니다.

울릉도에서는
도동과 저동을 걷고,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고,
바닷가에서 회와 소주를
친구 삼았습니다.

떠나는 날에는
사동항에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멀미약을 먹은 뒤에야
조금 편안하게
묵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편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밤기차와 배멀미,
가파른 산길과
독도 상륙 실패,

어정쩡한 기다림까지
모두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때문에
울릉도는 더 오래 남았습니다.

울릉도는
섬이면서 산이었고,
산이면서 바다였습니다.

나는 푸른 멀미를 건너
성인봉에 올랐고,

독도 앞바다에서
발 닿지 못한 땅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어떤 여행은
도착보다
건너가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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