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㊵」 홍성 오서산 산행기, 놓친 기차와 짓밟힌 낙엽 사이에서
「산바람 · 글바람 ㊵」 홍성 오서산 산행기, 놓친 기차와 짓밟힌 낙엽 사이에서
| 오서산 정산 |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오서산에서 내가 만난 것은 화려한 억새만이 아니었다. 놓친 기차와 서두른 걸음, 짓밟힌 낙엽 사이에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가을의 아쉬움이었다.
꾀를 부려보고 싶던 아침
산행일은 2008년 11월 9일이었다.
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오늘은 어쨌든 꾀를 부려보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고 혼자 산행을 준비했다. 새벽같이 차를 몰고 어딘가로 사라질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전날 밤 마신 술이 문제였다. 게다가 지하철 막차까지 탔으니 몸이 정상일 리 없었다. 일어나 보니 아침 7시였다.
잠시 망설였다.
차를 가지고 가려던 오서산. 다시 인터넷을 열고 기차 시간을 검색했다. 이미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다. 그나마 9시 30분 차가 남아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도 대부분 매진이고 오후 5시 차밖에 없었다.
일단 예약했다.
서둘러 용산으로 향했다. 예전에도 몇 분 늦어 기차를 못 탄 기억이 있는 용산역이었다. 오늘은 절대 놓치지 말자고 마음먹고 지하철을 탔지만, 시간은 또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오늘도 또?
그 불안감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뛰어도 기차는 정시에 출발한다. 불안한 마음만큼이나 현실은 정확했다. 왕십리역에 도착하니 방금 용산행 열차가 떠나는 뒷모습만 보였다.
조금만 더 뛸걸.
어설프게 뛰어온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제 어쩐다. 다음 차를 타면 무조건 또 기차를 놓칠 텐데.
결국 왕십리역에서 노트북을 꺼내 예약을 취소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충남 홍성 오서산
📅 산행일
2008년 11월 9일
🥾 산행 코스
광천역 → 상담주차장 → 오서산 정상 → 오서정 → 상담주차장 → 광천역
📏 산행 거리
정확한 거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상담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왕복한 짧은 가을 산행
⏱ 산행 시간
약 3시간 남짓
🕰 주요 시간
광천역 13:05 도착 → 상담주차장 13:30 산행 시작 → 오서산 정상 14:30 → 오서정 막걸리 → 하산 후 광천역 복귀
⭐ 난이도
★★★☆☆
상담주차장에서 오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초반 오르막과 먼지 나는 등산로, 늦가을 낙엽길 때문에 생각보다 숨이 찬다. 특히 기차 시간에 쫓기면 산이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 산행환경
혼자 산행 · 무궁화호 기차 산행 · 광천역 · 상담주차장 · 늦가을 낙엽 · 오서정 · 막걸리 · 짧지만 아쉬운 산행
🏡 숙박
당일 산행 가능. 광천·홍성·보령권 숙박과 연계 가능
🚆 이동방법
용산역 → 광천역 무궁화호, 광천역에서 상담주차장까지 택시 이동
무궁화호, 추억의 열차
용산에 도착하니 9시 38분이었다. 이미 예약했던 기차는 떠난 뒤였다.
해장국이라도 먹으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아침을 못 먹은 나를 위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혼자 되뇌었다.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다들 청소 중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해장국 대신 햄버거 하나를 깨물고 다시 기차를 타러 갔다.
10시 32분 차.
이번에는 무궁화호였다.
추억의 열차였다. 무전여행하던 시절, 돈 없이 차비만 겨우 가지고 타던 그런 열차. 그 열차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늘 또 타게 되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상보다 엉망이 된 산행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각 없이 표를 다시 끊었다. 그러고는 잠시 과거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산행 때는 거의 KTX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모처럼 타는 무궁화호는 이상하게 작은 흥분을 주었다. 차비도 생각보다 많이 쌌고,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가는 느낌도 좋았다.
기차에 오르니 빈 좌석이 많았다. 시골 가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였다. 내 앞에는 연인을 서울에 두고 떠나는 남녀가 있었다. 한 사람은 차 안에, 한 사람은 창밖에 서서 서로 못내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었다.
참 정겨워 보였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지.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안양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이제 그만 쓰고 노트북을 닫아야겠다. 배터리도 아껴야 할 것 같았다. 아직도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고, 옆자리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았다. 기차는 꿈틀꿈틀 남쪽으로 내려갔다.
마침내 광천역에 도착했다.
오후 1시 5분이었다.
광천역에서 상담주차장까지
광천역에 내려 잠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10분이 훌쩍 지나갔다. 어디 식당에 들어가 밥 한 끼 먹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밥 먹다가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놓칠까 걱정되었다.
다시 역전으로 돌아와 택시를 잡았다.
거리는 약 4km 정도였다. 택시 기사님은 미터기도 꺾지 않고 도착하더니, 10분도 안 온 거리를 7천 원 달라고 했다.
한마디 할까 말까 망설였다.
서울에서 기차비도 만 원 정도였는데, 얼마 안 되는 거리를 택시비 7천 원 받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걸로 다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주고 내렸다.
올 때 다시 올 수 있느냐고 물으니 전화번호를 주었다.
그날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택시비가 아니었다. 부지런히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기차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내가 너무 늦은 탓일까.
오서산 아래 상담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었다.
다들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혼자 올라가는 길이었다.
늦게 오르는 산
오서산은 까치와 까마귀가 많아 오서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름부터 새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산이다. 그러나 그날 내 마음속에는 까치나 까마귀보다 기차 시간이 더 크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제 그제 속절없이 들이킨 술 탓일 것이다. 산행이 쉽지 않았다. 서울 근교의 검단산을 연상하는 산이었지만,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더 깔딱거렸고 먼지도 많이 났다.
가을 산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사람이 많이 지난 가을 산길은 때로 처참하다. 사람들의 발밑에 짓이겨진 채 나뒹구는 낙엽들이 보였다. 그들의 전쟁터 같은 길 위에서 낙엽은 흐트러진 채 신음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옆길,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곳에는 조금 나은 모습의 낙엽들이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듯 움크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날의 낙엽은 그냥 낙엽이 아니었다.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 서두르며 올라가는 사람에게, 이미 지나간 계절의 몸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 낙엽을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기차 시간이 마음을 자꾸 밀어붙였다. 천천히 걸어야 할 산을 서두르며 오르는 일은,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을 놓치는 일과 비슷하다.
정상과 오서정의 막걸리
정상에 오르니 오후 2시 30분이었다.
천천히 감상해야 할 산행이었다. 그러나 기차 시간을 놓칠까 봐 부지런히 오른 탓에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정상 앞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셔보았다.
산 위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언제나 묘하다. 고단함을 조금 풀어주고, 서두른 마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술 한 잔이 산행의 마침표가 되기도 하고, 쉼표가 되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정상은 보령 쪽 정상이라고 했다. 그곳까지 갈까 말까 망설였다. 오서산에 왔으니 능선을 조금 더 걸어보고 싶었다. 억새가 유명한 산이니, 가을 능선의 풍경도 천천히 보고 싶었다.
그러나 또 기차 시간 핑계를 댔다.
그냥 하산하기로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날의 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차 시간에 끌려다닌 산행이었다. 오서산을 보러 갔지만, 마음 한쪽은 계속 용산행 시간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산은 거기 있었는데, 내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늦게 도착한 사람은 늘 조금 서두른다.
오늘의 시
오서산의 낙엽 / 송현
늦게 도착한 산길에
사람들은 이미 내려가고,
나 홀로 오른 오서산에는
짓밟힌 낙엽들이
가을을 접고 있었다.
기차 시간에 쫓겨
억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서정 막걸리 한 잔에
서두른 마음만
잠시 내려놓았다.
산은 말없이
다음에 다시 오라 하고,
광천역 저녁 바람은
놓친 기차보다
놓친 가을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남아버린 시간
부지런히 내려왔지만, 오히려 기차 시간은 한 시간 이상 남아버렸다.
그렇게 서둘러 내려왔는데 시간이 남다니.
조금 허탈했다.
정상에서 조금 더 머물 걸. 보령 쪽 정상까지 다녀올 걸. 낙엽도 더 보고, 억새도 더 보고, 광천의 가을도 조금 더 천천히 느껴볼 걸.
하지만 이미 내려온 뒤였다.
결국 또 혼자 소주를 친구 삼아 시간을 때웠다. 산에서 서두른 사람이 산 아래에서 남는 시간을 감당하는 꼴이었다.
3시간 남짓한 산행이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온다면 젓갈로 유명한 광천도 돌아보고, 오서산도 더 한가하게 걸어보고 싶었다. 기차 시간에 쫓겨 오르고 내려오는 산이 아니라, 광천역에서부터 천천히 하루를 열고, 상담마을을 지나 오서산의 능선과 억새를 느긋하게 보는 산행을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날의 오서산은 완성된 산행이 아니라 다음을 남긴 산행이었다.
끝까지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지나간 가을을 제대로 붙잡지 못했기 때문에, 오서산은 마음 한구석에 조금 아쉬운 산으로 남았다.
아쉬운 산은 오래 남는다.
에필로그|놓친 것은 기차만이 아니었다
그날 오서산 산행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전날 마신 술과 늦게 탄 지하철 막차 탓에 몸은 무거웠고, 아침 7시에 눈을 떴을 때부터 마음은 이미 바빴다. 차를 몰고 가려던 계획은 접고 기차를 검색했지만,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다.
겨우 예약한 9시 30분 기차도 결국 놓쳤다. 왕십리역에서 용산행 열차의 뒷모습을 보며 예약을 취소했다. 조금만 더 뛰었으면 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은 늘 떠난 열차 뒤에서만 선명하다.
해장국 대신 햄버거를 먹고, 10시 32분 무궁화호에 올랐다. 오랜만의 무궁화호는 추억의 열차였다. 빈 좌석과 시골 가는 할머니들, 창밖과 차 안에서 헤어지는 연인의 모습이 묘하게 정겨웠다. 기차를 놓친 덕분에 오히려 잊고 있던 느린 여행의 감각을 만났다.
광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5분. 밥을 먹을까 했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걱정되어 곧장 택시를 탔다. 상담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1시 30분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혼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서산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전날 술 탓인지, 늦은 출발 탓인지, 마음이 바빠서인지 몸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길에는 사람들에게 짓밟힌 낙엽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낙엽들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을은 아름답게 물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밟히고 흩어지며 끝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차 시간에 묶여 있었다.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셨고, 멀리 보이는 보령 쪽 정상까지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돌아섰다.
막상 하산하고 보니 기차 시간은 한 시간 이상 남아 있었다. 산에서는 그렇게 서둘렀는데, 산 아래에서는 시간이 남았다. 억새도, 낙엽도, 오서산의 가을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놓친 것은 기차만이 아니었다.
나는 오서산의 가을도 조금 놓쳤다.
하지만 그런 산행도 있다.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산행. 서두른 걸음과 놓친 시간, 택시비에 대한 작은 불쾌함과 오서정의 막걸리 한 잔까지 모두 합쳐져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된다.
다음에 다시 오서산을 찾는다면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느리게 걷고 싶다. 광천의 젓갈시장도 둘러보고, 오서산 능선의 억새도 오래 바라보고 싶다. 기차 시간에 쫓겨 내려오는 산행이 아니라, 가을이 내어주는 만큼 충분히 머물다 돌아오는 산행을 하고 싶다.
오서산은 그날 내게 완성된 풍경을 주지 않았다. 대신 다시 오고 싶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시 청소면 일대에 걸친 산으로, 가을 억새와 서해 조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광천역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산행도 가능하지만, 역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는 상담마을까지는 거리가 있어 택시나 현지 교통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광천 오서산 벚꽃길은 광천읍 하상주차장에서 상담마을까지 이어지는 길로 알려져 있고,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억새와 광천 주변 먹거리를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광천은 토굴새우젓과 김으로도 유명해 산행 뒤 시장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기차 시간은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광천역 도착 후 상담마을까지 이동 시간이 필요하다. 늦게 도착하면 산행 내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마음을 재촉할 수 있다.
둘째, 오서산은 짧게 올라가도 만만하게만 볼 산은 아니다.
상담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생각보다 경사가 있고, 먼지 나는 길과 낙엽길이 섞여 있다.
셋째, 가을 오서산은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억새와 낙엽, 서해 쪽 조망을 느끼려면 시간에 쫓기지 않는 일정이 좋다.
넷째, 광천 여행을 함께 묶으면 더 좋다.
산행 뒤 광천 토굴새우젓시장이나 광천역 주변 식당을 둘러보면 오서산 산행이 여행으로 이어진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홍성군 문화관광
홍성 오서산, 광천, 홍성의 주요 여행지와 먹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② 충남관광 오서산
오서산과 주변 관광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③ 대한민국 구석구석 광천 오서산 벚꽃길
광천읍 하상주차장에서 상담마을까지 이어지는 오서산 벚꽃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④ 충남관광 광천 여행 코스
오서산, 광천 토굴새우젓, 광천 주변 여행지를 함께 묶어볼 수 있다.
⑤ 코레일 기차 예매
용산역에서 광천역으로 가는 열차 시간과 좌석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 오서산 가을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 기차표 사전 예매
□ 광천역 도착 후 이동편 확인
□ 하산 후 귀가 열차 시간 확인
□ 충분한 식수
□ 간단한 행동식
□ 접지력 좋은 등산화
□ 등산 스틱
□ 가벼운 바람막이
□ 먼지 많은 길 대비 마스크 또는 버프
□ 낙엽길 미끄럼 주의
□ 광천시장 둘러볼 시간 남기기
□ 서두르지 않을 마음
□ 놓친 기차에 너무 화내지 않는 마음
□ 놓친 가을을 다음에 다시 만나러 올 마음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광천역·상담마을권
오서산 산행을 여유 있게 하려면 광천역 주변이나 상담마을 접근이 쉬운 곳을 고려할 수 있다. 당일 산행도 가능하지만, 기차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면 전날 이동하거나 산행 뒤 광천에서 머무는 일정도 좋다.
🏡 광천 토굴새우젓시장
오서산 산행 뒤에는 광천 토굴새우젓시장과 광천역 주변 식당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젓갈과 김, 지역 먹거리를 함께 만나면 짧은 산행도 여행의 느낌이 깊어진다.
🏡 보령·홍성 연계 여행
오서산은 홍성과 보령 경계에 자리한 산이라 보령 대천해수욕장, 홍성 남당항, 광천 먹거리 여행과 함께 묶어도 좋다. 계절에 따라 억새, 벚꽃, 서해 바람까지 서로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㊴」 울릉도 성인봉 산행기, 푸른 멀미를 건너 섬의 산에 오르다
울릉도 성인봉에서는 밤기차와 여객선을 타고 푸른 동해를 건너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배멀미와 가파른 산길, 성인봉 정상과 도동항의 저녁, 독도 앞바다의 아쉬움까지 모두 품고 돌아온 산행이었습니다.
울릉도 성인봉이 바다를 건너 닿은 섬의 산이었다면, 오서산은 기차를 놓치고도 끝내 다시 표를 끊어 찾아간 서해 가까운 산이었습니다. 하나는 푸른 멀미를 건너 만난 산이었고, 하나는 놓친 기차와 서두른 걸음 끝에 만난 늦가을의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㊶」 파주 문수산 산행기
오서산에서는 기차를 놓치고, 다시 무궁화호를 타고, 광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상담주차장까지 들어갔습니다. 늦은 출발 때문에 산길을 서둘렀고, 정상 앞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제대로 머물지 못한 채 내려와야 했습니다.
다음 산행은 파주 문수산으로 향합니다. 오서산이 놓친 기차와 서두른 마음 사이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가을의 아쉬움을 남긴 산이었다면, 문수산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걸으며 또 다른 산의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산길의 끝에서
그날 오서산 산행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전날 마신 술과 늦게 탄 지하철 막차 탓에 몸은 무거웠고, 아침 7시에 눈을 떴을 때부터 마음은 이미 바빴다. 차를 몰고 가려던 계획은 접고 기차를 검색했지만,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다.
겨우 예약한 9시 30분 기차도 결국 놓쳤다. 왕십리역에서 용산행 열차의 뒷모습을 보며 예약을 취소했다. 조금만 더 뛰었으면 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은 늘 떠난 열차 뒤에서만 선명하다.
해장국 대신 햄버거를 먹고, 10시 32분 무궁화호에 올랐다. 오랜만의 무궁화호는 추억의 열차였다. 빈 좌석과 시골 가는 할머니들, 창밖과 차 안에서 헤어지는 연인의 모습이 묘하게 정겨웠다. 기차를 놓친 덕분에 오히려 잊고 있던 느린 여행의 감각을 만났다.
광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5분. 밥을 먹을까 했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걱정되어 곧장 택시를 탔다. 상담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1시 30분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혼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서산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전날 술 탓인지, 늦은 출발 탓인지, 마음이 바빠서인지 몸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길에는 사람들에게 짓밟힌 낙엽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낙엽들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을은 아름답게 물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밟히고 흩어지며 끝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차 시간에 묶여 있었다.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셨고, 멀리 보이는 보령 쪽 정상까지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돌아섰다.
막상 하산하고 보니 기차 시간은 한 시간 이상 남아 있었다. 산에서는 그렇게 서둘렀는데, 산 아래에서는 시간이 남았다. 억새도, 낙엽도, 오서산의 가을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놓친 것은 기차만이 아니었다.
나는 오서산의 가을도 조금 놓쳤다.
하지만 그런 산행도 있다.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산행. 서두른 걸음과 놓친 시간, 택시비에 대한 작은 불쾌함과 오서정의 막걸리 한 잔까지 모두 합쳐져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된다.
다음에 다시 오서산을 찾는다면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느리게 걷고 싶다. 광천의 젓갈시장도 둘러보고, 오서산 능선의 억새도 오래 바라보고 싶다. 기차 시간에 쫓겨 내려오는 산행이 아니라, 가을이 내어주는 만큼 충분히 머물다 돌아오는 산행을 하고 싶다.
오서산은 그날 내게 완성된 풍경을 주지 않았다. 대신 다시 오고 싶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아침 7시에 눈을 떴습니다.
새벽같이 차를 몰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었지만,
전날 마신 술과
막차를 타고 돌아온 몸은
그리 쉽게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산은 가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을 열어
오서산 가는 기차를 찾았습니다.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고,
겨우 남은 기차표 하나를
붙잡듯 예약했습니다.
그러나 용산행 열차는
왕십리역에서
내 눈앞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뛸걸.
떠난 열차의 뒷모습을 보며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해장국 대신
햄버거 하나를 먹고,
다시 표를 끊어
무궁화호에 올랐습니다.
오랜만의 무궁화호는
추억의 열차였습니다.
시골 가는 할머니들,
창밖과 차 안에서
아쉬운 이별을 나누던 연인,
그리고 비어 있던 옆자리.
기차를 놓친 덕분에
나는 잠시
느린 여행의 시간을 만났습니다.
광천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밥 한 끼 먹고 싶었지만,
기차 시간이 마음을 재촉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상담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이미
산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
오서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술 탓인지,
늦은 출발 탓인지,
산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길에는
사람들의 발밑에 짓이겨진
낙엽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가을은
아름답게 물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밟히고 흩어지며
끝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이었습니다.
천천히 봐야 할 산이었지만,
나는 기차 시간을 걱정하며
부지런히 올라왔습니다.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셨습니다.
서두른 마음이
그제야 잠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보령 쪽 정상까지
가볼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또
기차 시간을 핑계로
돌아섰습니다.
막상 내려오고 보니
시간은 한 시간 넘게 남아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서둘렀고,
산 아래에서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놓친 것은
기차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오서산의 가을도
조금 놓쳤습니다.
억새도, 낙엽도,
광천의 가을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산행이 있습니다.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산행.
서두른 걸음과
놓친 시간,
오서정의 막걸리 한 잔이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하루.
다음에 다시 오서산을 찾는다면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느리게 걷고 싶습니다.
광천의 젓갈시장도 둘러보고,
오서산 능선의 억새도
오래 바라보고 싶습니다.
오서산은 그날
완성된 풍경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시 오고 싶은
아쉬움 하나를 남겨주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