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㊶」 김포 문수산 산행기, 산과 바다 사이에서 겨울 바람을 만나다

 

김포 문수산 정상과 문수산성 성곽, 문수사로 내려가는 겨울 산길, 저수지와 대명항 바다 풍경

멀리 떠나기 어려웠던 겨울날, 산과 바다를 함께 보고 싶어 김포 문수산으로 향했다. 문수산성과 문수사를 지나 마을길을 걷고, 대명항에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짧지만 오래 남는 하루를 보냈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문수산은 높지 않았지만, 그날 내게 산과 바다를 함께 내어주었다. 겨울 바람 속에서 오래된 산성은 역사를 말했고, 대명항의 바다는 하루의 끝을 조용히 받아주었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싶던 날

지난주 일요일에는 한남정맥의 끝부분인 문수산을 관광 삼아 다녀왔다.

처음에는 북한산을 갈까 생각했다. 아니면 어디 멀리 떠나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주변 일들 때문에 멀리는 못 갈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산과 바다였다.

산도 보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었다.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을 떠올리다 보니 김포 문수산이 생각났다. 강화도에 가거나 김포 쪽을 지날 때 몇 번 스치듯 보았지만, 제대로 올라본 적은 없는 산이었다.

한남정맥을 시작한다고 폼 잡던 시절에 한 번 알아본 산이기도 했다.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이름만 남아 있었지만, 막상 찾아간 적은 없었다.

혼자 계획을 짜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김포로 달렸다.

그날의 목적은 거창하지 않았다. 산 하나를 정복하겠다는 마음도 아니었고, 먼 길을 종주하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그저 가까운 산을 오르고, 바다까지 보고 돌아오고 싶었다.

겨울날에는 그런 산행도 좋다.

몸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마음이 가는 만큼 걷다가,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잠시 서 있다 돌아오는 산행.

그날 문수산은 그런 하루에 어울리는 산이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경기도 김포 문수산

📅 산행일
2009년 1월 21일 

🥾 산행 코스
김포대학 부근 → 문수산 정상 → 문수산성 → 문수사 → 저수지 → 김포대학 방향 도보 복귀

📏 산행 거리
정확한 거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문수산 정상과 문수사, 마을길을 함께 걸은 짧은 겨울 산행

산행 시간
문수산 정상까지 약 30분, 문수사와 마을길 복귀 포함 반나절 산행

난이도
★★☆☆☆

문수산은 높이가 크지 않아 부담은 덜하지만, 짧은 깔딱 오르막과 겨울 바람이 있다. 산행 뒤 마을길과 대명항을 함께 둘러보면 산책과 여행이 섞인 하루 코스로 좋다.

🌳 산행환경
겨울 산행 · 혼자 산행 · 문수산성 · 문수사 · 저수지 · 마을길 · 대명항 · 바다 구경

🏡 숙박
당일 산행 가능. 김포·강화권 숙박과 연계 가능

🚗 이동방법
자가용으로 김포대학 부근 접근 후 산행, 이후 대명항으로 이동


한남정맥 끝자락의 산

일단 김포대학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 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산이었다. 높이는 365m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안내 자료에는 문수산이 김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소개되어 있다. 어쨌든 부담스러운 산은 아니었다.

작은 깔딱고개를 한 30분쯤 올랐을까. 금세 정상에 닿았다.

정상 부근에는 문수산성의 흔적이 보였다. 성곽은 크고 웅장하다기보다, 오래된 시간을 품은 채 겨울 바람 속에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수산성은 단순한 산성 하나가 아니었다.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 방어의 중요성이 커졌고, 조선 숙종 때 강화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이다. 훗날 병인양요 때에는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성벽과 문루가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겨울 바람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은 등산객들이 가볍게 오르는 산길이지만, 한때 이곳은 나라의 문턱을 지키던 자리였다. 바다를 건너 들어오는 외세를 막고,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돌을 쌓고 성을 올렸다.

비록 신식 무기 앞에서 성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 흔적은 아직 산 위에 남아 있었다.

역사는 늘 큰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바람 부는 산길 옆,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성돌 하나에 남아 있다.


문수산 정상의 겨울 바람

정상은 나지막한 평지를 이루고 있었다. 겨울답게 바람이 불었다.

김포의 산은 높은 산처럼 장엄하지는 않지만, 대신 주변 풍경을 넓게 보여준다. 한강과 강화, 멀리 바다 쪽 기운이 함께 느껴지는 산이다. 산 위에 서 있으면 내가 산속 깊이 들어와 있다기보다, 산과 강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 위에 서 있는 듯하다.

그날 바람은 차가웠지만 싫지 않았다.

겨울 산의 바람은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지 않는다. 잠깐 서 있으면 금세 몸이 식고, 다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웠다.

문수사를 찾아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정상에서 문수사로 내려가는 길은 조용했다. 큰 산의 화려한 암릉도 아니고, 유명 사찰로 이어지는 북적이는 길도 아니었다. 그저 겨울 숲 사이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었다.

산은 크지 않았지만, 산길에는 그 나름의 적막이 있었다. 사람이 적은 겨울 산에서는 작은 발소리도 크게 들린다. 낙엽 밟는 소리, 바람이 나무 끝을 흔드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마을 소리까지 하나하나 선명해진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문수사로 내려갔다.


작은 절집, 장작 냄새

문수사는 작은 암자 같은 느낌이었다.

절 마당 한쪽에는 밥집인지, 공양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비닐 천막 두 채가 보였다. 커피도 팔고 밥도 파는 듯했다. 소주병도 보였다.

장작을 패서 밥을 하는 모양이었다.

밥은 맛있겠다.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술은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혼자 되뇌었다. 산속 절집의 공기와 소주병은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물론 산을 다녀온 사람에게 따뜻한 밥과 술 한잔이 얼마나 반가운지는 나도 안다. 그래도 그날은 절집의 조용함이 조금 더 오래 남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신라 고승의 사리탑도 잘 포장되어 있었다. 오래된 절집에는 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나는 깊이 알지는 못해도, 그런 장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산성은 나라를 지키려던 사람들의 흔적이라면, 절집은 마음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문수산에는 그 두 흔적이 가까이 있었다.

하나는 바깥을 향해 성벽을 세웠고, 하나는 안쪽을 향해 마음의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의 시

문수산 겨울 바람 / 송현

높지 않은 산이라 해도
겨울 바람은
제 몫을 다해 불어왔다.

문수산성 낡은 돌에는
강화 바다를 지키던
오래된 숨결이 남아 있고,

작은 문수사 장작불 냄새는
춥던 마음을
잠시 붙잡아 세웠다.

산을 내려오니
저수지 얼음 위로
아이들의 웃음이 지나가고,

대명항 바다 끝에서는
번데기 한 컵이
하루의 마침표가 되었다.


저수지와 얼음 지치는 아이들

산을 내려오니 저수지가 보였다.

그냥 차가 있는 김포대학까지 걷기로 했다. 그리 높은 산도 아니었고, 땀도 잠시 흘렸을 뿐 많지는 않았다. 멀어야 얼마나 걸릴까 싶었다.

그래도 한 시간은 더 걸리는 모양이었다.

마냥 걷다 보니 논에 물을 대어 만든 스케이트장에서 아이들이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철없이, 아니 아이답게 신나게 얼음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 풍경이 좋았다.

겨울 산행 뒤 만나는 마을 풍경은 이상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산 위에서는 바람과 성벽과 절집을 보았고, 산 아래에서는 아이들의 웃음과 얼음판을 보았다.

문수산은 작았지만, 산 위와 산 아래의 표정이 달랐다.

정상에서는 역사의 바람이 불었고, 문수사에서는 장작 냄새가 났고, 저수지 옆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이 얼음 위를 지나갔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그 안에 하루의 풍경이 제법 많이 들어 있었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봐야지

아직도 시간이 남아돌았다.

바다.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대명항을 향했다.

대명항에 도착하니 새조개와 이런저런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차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가까운 바다를 찾는 모양이었다.

누군가는 회를 먹으러 오고, 누군가는 바람을 쐬러 오고, 누군가는 답답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러 온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차를 가져왔으니 소주는 마실 수 없었다. 멋쩍게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시장 구경은 산행 뒤의 덤 같은 시간이다. 등산화에 묻은 흙을 털기도 전에 해산물 좌판을 기웃거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산에서 내려온 몸이 아직 숲의 리듬을 기억하는데, 눈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산과 바다를 하루에 모두 만난 셈이다.

결국 번데기 한 컵을 들고 작은 겨울 산행을 마무리했다.

술 한잔은 없었지만, 그 번데기 한 컵이 그날의 뒤풀이가 되었다. 대단한 산행도 아니고, 거창한 여행도 아니었다. 그래도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돌아왔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에필로그|작은 산도 하루를 채운다

그날 문수산 산행은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았다. 북한산을 갈까, 어디 멀리 떠나볼까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주변 일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멀리 가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산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는 김포로 향했다.

문수산은 강화로 오가며 몇 번 스쳐 지나간 산이었다. 한남정맥을 떠올릴 때 이름을 보았지만, 막상 오른 적은 없었다. 김포대학에 차를 세우고 오르니 정상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깔딱고개를 지나 금세 산 위에 섰다.

정상에는 문수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의 중요성이 커졌고, 숙종 때 세운 성은 훗날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조용한 산길 위에 남아 있지만, 그 돌들은 오래전 바다 쪽을 바라보며 나라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겨울 바람은 차가웠다. 정상은 넓고 낮았고, 바람은 오래 머물지 말라는 듯 등을 밀었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문수사를 찾아갔다. 작은 절집에는 비닐 천막이 있었고, 커피와 밥을 파는 듯했다. 장작을 패서 밥을 하는 모양이었다. 혼자 밥은 맛있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술은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수사를 지나 내려오니 저수지가 보였다.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길 위에서는 논에 물을 대어 만든 얼음판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겨울 산 아래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보고 싶었다. 대명항으로 향했다. 항구에는 새조개와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차들이 하나둘 밀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가까운 바다를 찾아왔다.

차를 가져왔기에 술은 마시지 못했다. 대신 번데기 한 컵을 들고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본 하루였다.

문수산은 높지 않았고, 산행 시간도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나는 산성의 역사와 작은 절집, 저수지의 얼음판과 대명항의 겨울 바다를 한꺼번에 만났다.

때로는 큰 산만 산행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작은 산도 하루를 채운다. 가까운 바다도 마음을 씻어준다. 멀리 떠나지 못한 날에도, 길을 조금만 바꾸면 충분히 다른 하루를 만날 수 있다.

문수산은 그렇게 내게 말했다.

높지 않아도 산은 산이고, 짧아도 여행은 여행이라고.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문수산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일대에 자리한 산으로, 김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세가 크고 험한 편은 아니지만, 한강과 강화, 서해 방향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짧은 산행과 역사 탐방을 함께하기 좋다.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때 강화도 방어를 위해 쌓은 성으로,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의 중요성이 커진 흐름과도 이어진다. 훗날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큰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산행 중 문수산성의 흔적을 만나면 단순한 성곽이 아니라, 강화와 한강 하구를 지키던 역사적 공간으로 바라보면 좋다.

문수산 산행 뒤에는 문수사, 저수지 주변 마을길, 대명항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산과 바다를 하루에 모두 만나고 싶을 때 부담 없는 당일 코스로 어울린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문수산은 짧지만 겨울 바람이 있다.
정상에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바람막이와 보온 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둘째, 문수산성의 역사를 알고 걸으면 산길이 다르게 보인다.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 숙종 때 축성, 병인양요의 격전까지 함께 떠올리면 산행이 역사 탐방이 된다.

셋째, 문수사와 마을길까지 걸으면 산행이 더 풍성해진다.
정상만 찍고 내려오기보다 절집과 저수지, 마을길을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다.

넷째, 대명항과 함께 묶으면 산과 바다를 하루에 만날 수 있다.
차를 가져간다면 음주는 피하고, 해산물 시장과 바닷바람을 가볍게 즐기는 일정이 좋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김포시 문화관광 문수산성

👉 김포시 문화관광 문수산성 바로가기

문수산성, 문수산, 문수사와 주변 역사·관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② 김포시 문화관광 문수산 산행 정보

👉 김포시 문화관광 문수산 정보 바로가기

문수산의 높이, 산행 특징, 문수산성 관련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③ 김포시 문화관광

👉 김포시 문화관광 바로가기

김포의 산, 항구, 역사 유적, 먹거리와 여행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④ 대명항 정보

👉 김포시 문화관광 대명항 바로가기

대명항과 김포 항구 여행, 해산물 시장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⑤ 양구문화관광

👉 양구문화관광 바로가기

다음 산행지인 양구 봉화산과 양구의 산, 호수, 여행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 문수산 겨울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바람막이
가벼운 보온 옷
접지력 좋은 등산화
따뜻한 물
간단한 행동식
장갑
모자
카메라 또는 휴대전화
문수산성 역사 미리 읽어보기
문수사와 마을길 둘러볼 시간 남기기
대명항 이동 동선 확인
자가용 이용 시 음주하지 않기
짧은 산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산과 바다를 함께 만나는 여유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김포 월곶·문수산권

문수산과 문수산성, 문수사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면 김포 월곶면 일대 여행과 함께 계획할 수 있다. 강화도와도 가까워 역사 여행을 함께 묶기 좋다.

👉 김포시 문화관광 바로가기

🏡 대명항·김포 바다권

문수산 산행 뒤 대명항으로 이동하면 바다와 해산물 시장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짧은 산행 뒤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다.

👉 김포시 문화관광 바로가기

🏡 강화도 연계 여행

김포 문수산은 강화도와 가까워 강화산성, 전등사, 초지진, 광성보 등과 함께 역사 여행으로 묶기 좋다. 산과 성곽, 바다와 섬이 이어지는 하루 코스로도 어울린다.

👉 강화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㊵」 홍성 오서산 산행기, 놓친 기차와 짓밟힌 낙엽 사이에서

오서산에서는 용산행 기차를 놓치고 다시 무궁화호를 타고 광천역으로 향했습니다. 늦은 출발 때문에 산길을 서둘렀고, 정상 앞 오서정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제대로 머물지 못한 채 내려와야 했습니다.

오서산이 놓친 기차와 서두른 마음 사이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가을의 아쉬움을 남긴 산이었다면, 문수산은 멀리 떠나지 못한 날 가까운 산과 바다를 함께 만나게 해준 산행이었습니다. 하나는 다시 오고 싶은 아쉬움을 남긴 산이었고, 하나는 짧아도 하루를 충분히 채워준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㊷」 양구 봉화산 산행기

문수산에서는 김포대학 부근에서 시작해 문수산 정상과 문수산성, 문수사를 지나 마을길로 내려왔습니다.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의 역사를 품은 산성과 작은 절집, 저수지의 겨울 풍경, 대명항의 바다까지 함께 만난 하루였습니다.

다음 산행은 양구 봉화산으로 향합니다. 김포 문수산이 산과 바다 사이에서 겨울 바람을 만난 산이었다면, 양구 봉화산에서는 강원도 산골의 능선과 북쪽 가까운 땅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또 다른 산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산길의 끝에서

그날 문수산 산행은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았다. 북한산을 갈까, 어디 멀리 떠나볼까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주변 일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멀리 가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산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는 김포로 향했다.

문수산은 강화로 오가며 몇 번 스쳐 지나간 산이었다. 한남정맥을 떠올릴 때 이름을 보았지만, 막상 오른 적은 없었다. 김포대학에 차를 세우고 오르니 정상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깔딱고개를 지나 금세 산 위에 섰다.

정상에는 문수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의 중요성이 커졌고, 숙종 때 세운 성은 훗날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조용한 산길 위에 남아 있지만, 그 돌들은 오래전 바다 쪽을 바라보며 나라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겨울 바람은 차가웠다. 정상은 넓고 낮았고, 바람은 오래 머물지 말라는 듯 등을 밀었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문수사를 찾아갔다. 작은 절집에는 비닐 천막이 있었고, 커피와 밥을 파는 듯했다. 장작을 패서 밥을 하는 모양이었다. 혼자 밥은 맛있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술은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수사를 지나 내려오니 저수지가 보였다.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길 위에서는 논에 물을 대어 만든 얼음판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겨울 산 아래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보고 싶었다. 대명항으로 향했다. 항구에는 새조개와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차들이 하나둘 밀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가까운 바다를 찾아왔다.

차를 가져왔기에 술은 마시지 못했다. 대신 번데기 한 컵을 들고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본 하루였다.

문수산은 높지 않았고, 산행 시간도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나는 산성의 역사와 작은 절집, 저수지의 얼음판과 대명항의 겨울 바다를 한꺼번에 만났다.

때로는 큰 산만 산행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작은 산도 하루를 채운다. 가까운 바다도 마음을 씻어준다. 멀리 떠나지 못한 날에도, 길을 조금만 바꾸면 충분히 다른 하루를 만날 수 있다.

문수산은 그렇게 내게 말했다.

높지 않아도 산은 산이고, 짧아도 여행은 여행이라고.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멀리 떠나기 어려운 날이었습니다.

북한산을 갈까,
어디 먼 산으로 떠나볼까
생각만 길어졌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마음 한쪽에 남아 있어
멀리는 가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산과 바다였습니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그 두 가지를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문수산을 떠올렸습니다.

강화로 오갈 때마다
몇 번 스쳐 지나갔지만,
제대로 오른 적은 없는 산이었습니다.

김포대학에 차를 세우고
겨울 바람을 맞으며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작은 깔딱고개를 지나니
금세 정상에 닿았습니다.

정상 부근에는
문수산성의 흔적이
겨울 바람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졌고,

그 흐름 속에서
문수산성은 바다 쪽 길목을
지키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훗날 병인양요 때에는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큰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조용한 산길 위에
돌로 남아 있지만,

그 성벽은 오래전
이 땅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숨결을 품고 있었습니다.

겨울답게 바람은 차가웠습니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문수사를 찾아갔습니다.

작은 절집 한쪽에는
비닐 천막 두 채가 보였습니다.

커피도 팔고,
밥도 파는 듯했습니다.

장작을 패서
밥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밥은 맛있겠다.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술은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수사를 지나 내려오니
저수지가 보였습니다.

차가 있는 곳까지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길은 이어졌고,
마을 옆 논에는
물을 대어 만든 얼음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위에서
신나게 얼음을 지치고 있었습니다.

산 위에는 역사의 바람이 있었고,
산 아래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있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명항으로 향했습니다.

항구에는 새조개와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조금 지나자
차들이 하나둘 밀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가까운 바다를 찾아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차를 가져왔으니
소주는 마실 수 없었습니다.

대신 번데기 한 컵을 들고
겨울 바닷바람을 맞았습니다.

그렇게
작은 겨울 산행이 끝났습니다.

대단한 산행은 아니었습니다.

높은 정상도 아니었고,
긴 종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산을 보고,
성곽의 역사를 만나고,
작은 절집을 지나,
저수지와 바다까지 보았습니다.

문수산은
높지 않아도 산은 산이고,

짧아도 여행은 여행이라고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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