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㉕」 용마산·아차산 산행기, 낡은 등산화와 함께한 마지막 여정
| 새벽 안개가 내려앉은 용마산과 아차산 능선. 한강의 다리와 구리·팔당 방향 풍경은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고, 십 년 넘게 함께한 낡은 등산화는 그 길에서 마지막 여정을 함께했다. |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용마산과 아차산을 걷는 동안, 나는 정상 하나보다 오래 함께한 등산화 한 켤레를 떠나보내는 법을 배웠다.
용마산, 마지막 여정
여느 날처럼 새벽에 집을 나섰다. 겉으로는 건강을 위해 산에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꾸 앞으로 나오는 뱃살이 나를 산으로 밀어 올린다. 사람들은 가끔 내 배를 바라보며 “한 여덟 달쯤 된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꾸 대신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는다.
뱃살이 산을 오르라 한다면, 오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나는 좋아하는 산 하나를 마음속에 정해두고, 시간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찾아간다. 차에도 등산화가 있고, 집에도 있고, 사무실에도 한 켤레씩 놓여 있다. 언제든 산으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둔 작은 신호탄들이다. 누가 보면 유난스럽다 할지도 모르지만, 산 좋아하는 사람에게 등산화는 비상식량 같은 것이다. 마음이 허기질 때 바로 산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준비물이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오래된 등산화 한 켤레가 있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발을 감싸고 전국의 산을 누빈 녀석이었다. 수락산과 도봉산의 바위를 밟았고, 설악산의 거친 길과 지리산의 긴 능선도 함께 걸었다. 비에 젖고 눈에 묻히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신발은 더 이상 장비가 아니었다. 내 방랑을 함께한 친구였고, 수많은 산길에서 나를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준 말 없는 벗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발의 옆구리가 길게 갈라져 있었다.
밑창을 여러 차례 갈았고, 터진 곳을 꿰매며 수술하듯 고쳐 신었다. 이제는 그만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물건에도 시간이 스며들면, 사람은 그것을 쉽게 쓰레기라고 부르지 못한다.
나는 갈라진 틈을 한참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버텨주겠지.
그 말을 믿은 것인지, 믿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낡은 등산화를 신고 용마산의 새벽길에 올랐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서울 용마산·아차산
📅 산행 시기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산행
🥾 주요 코스
용마산 → 아차산 능선 → 구리 방향 산길 → 하산
📏 산행 거리
선택한 들머리와 날머리에 따라 달라짐
⏱ 산행 시간
가볍게 걸으면 2~3시간 전후, 아차산 능선과 구리 방향까지 이어가면 더 여유 있게 계획
⭐ 난이도
★★☆☆☆~★★★☆☆
높고 험한 산은 아니지만, 바위길과 계단, 능선 구간이 있어 새벽 안개나 비 온 뒤에는 미끄럼에 주의가 필요함
🌳 산행 환경
도심 근교 산행 · 한강 조망 · 용마산·아차산 능선 · 소나무 · 바위길 · 안개 · 고구려 보루 유적 · 온달장군 이야기
🏡 숙박
서울·구리권 당일 산행지로 숙박 없이 다녀오기 좋음
🚇 이동방법
서울 중랑구·광진구, 경기도 구리시 방향에서 대중교통 접근 가능
서울둘레길 안내는 아차산 5코스 안에 아차산 보루와 용마산 보루가 포함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서울의 공원 안내에서도 아차산정상길이 아차산관리사무소에서 용마산정상 방향으로 이어지며, 낙타고개와 고구려정, 아차산 보루와 용마산 보루 등을 지나는 길로 안내된다.
안개가 길을 조금씩 열어주다
산에는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떠오르는 해는 희미했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구리와 팔당으로 이어지는 강물도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이었다.
안개는 산허리에 울타리를 두르고, 내가 걷는 길만 조금씩 열어주었다.
나는 평소보다 욕심을 냈다. 용마산에서 돌아서지 않고 아차산 쪽으로 발길을 더 옮겼다. 용마산 정상과 아차산 능선은 하나의 산길처럼 이어져 있다. 높고 험한 산은 아니지만, 한강과 서울의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어 자주 찾게 되는 길이다.
도시 가까운 산의 좋은 점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의 공기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조금 전까지 자동차 소리와 아파트 불빛 사이에 있었는데, 몇 걸음만 오르면 소나무와 바위, 안개와 바람 사이에 서게 된다. 용마산과 아차산은 그런 산이다. 거창하게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하루의 방향을 조금 바꾸어주는 산.
그날의 안개는 풍경을 모두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만 열어주었다. 한강의 다리도, 구리 쪽 도시도, 팔당으로 이어지는 물길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가려진 풍경 앞에서 사람은 자꾸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은 더 천천히 풍경을 읽는다.
늘 만나던 친구들
능선에는 늘 만나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를 비틀어 자란 소나무, 말없이 길을 지키는 바위, 비바람을 견디며 제자리를 지켜온 상수리나무, 그리고 매일 하는 일처럼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 만난 친구처럼 다정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슬며시 끼어들어 함께 걷는 사람처럼 산길을 걸었다.
자주 가는 산에는 그런 것이 있다. 특별한 풍경이 아니어도 반가운 것들.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 한 그루, 쉬어가던 바위 하나, 아침마다 마주치는 얼굴 모를 사람들. 이름은 모르지만 낯익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은 묘하게 안심한다.
오래된 등산화도 그런 친구들 가운데 하나였다. 산에 오르기 전부터 내 발을 감싸고 있었고, 흙길과 돌길, 계단과 바위를 묵묵히 받아주었다. 좋은 장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불편하지 않아서 잊고 지낸다. 아프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다. 곁에 있을 때는 고마움을 자주 잊는다.
낡은 등산화가 힘겨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발을 감싸고 있던 오래된 벗은 점점 힘겨워했다. 몇 번이나 갈아 끼운 밑창이 조금씩 벌어지더니, 끝내 짧은 혀를 내밀 듯 앞으로 축 늘어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을 끌며 헉헉거리는 소리를 냈다.
십 년 세월을 견딘 신발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듯했다.
마침내 밑창이 완전히 떨어졌다. 나는 늘어진 밑창을 한 손에 들고 남은 길을 걸었다. 밑창 없는 오른발은 왼발과 높이가 맞지 않아 자꾸만 뒤뚱거렸다. 한쪽은 멀쩡한 등산화이고, 다른 한쪽은 어설픈 짝퉁 신발처럼 산길을 절뚝거렸다.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은 자꾸만 쓸쓸해졌다.
산길에서 신발 하나가 망가지는 일은 그저 작은 불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신발이 십 년 넘게 함께한 녀석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수많은 산길에서 내 무게를 받아주고, 비와 눈과 흙을 함께 밟고, 미끄러운 바위에서 나를 붙들어준 신발이었다. 그 신발의 밑창이 떨어지는 순간, 마치 내 시간 한 조각이 툭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나는 밑창을 손에 들고 걸었다. 남들이 보면 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밑창을 버릴 수 없었다. 끝까지 함께 가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차산 능선에서 만난 오래된 이야기
우리는 그렇게 아차산 능선을 걸었다. 안개 속으로 바위가 숨었다가 나타났고, 소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팔당과 구리 쪽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다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아차산 구리 방향의 산길에는 온달장군 이야기가 남아 있다. 구리시 자료는 온달장군이 고구려 영양왕 때 전사한 장군으로,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지금도 아차산에는 온달에 얽힌 유적과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소개한다.
온달샘을 생각하니 문득 평강공주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바보라 부르던 온달을 믿어주고, 그의 안에 숨어 있던 용기와 가능성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사람. 그리고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찾아 아차산까지 달려왔다는 애틋한 전설의 주인공.
온달을 잃은 평강공주의 마음도 이 산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는 마음. 오늘 내가 낡은 등산화를 바라보는 마음도 어쩌면 그와 닮았는지 모른다. 살아 있는 사람과 낡은 물건을 견줄 수는 없겠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존재와 헤어지는 일에는 언제나 설명하기 힘든 쓸쓸함이 따른다.
물건에도 시간이 깃들면
하산길에 만나는 풍경마저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매일 지나치던 바위도, 소나무도, 골목도,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모든 장면이 낡은 등산화와 함께하는 마지막 기억이 될 것만 같았다.
산에서 내려오면 보통은 버스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비닐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으로 우리의 마지막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허물어진 가죽과 닳아버린 밑창 속에는 내가 걸어온 시간과 땀, 그리고 수많은 산의 기억이 스며 있었다.
물건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참는다.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이제 그만하자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툭, 자기의 끝을 보여준다. 오래 신은 등산화도 그랬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버텼는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게 했다.
나는 버스도 전철도 타지 않았다. 늘어진 밑창을 손에 들고 낡은 등산화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 끝까지 한 몸의 흔적처럼, 온전한 한 짝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그 길은 조금 우스꽝스러웠고, 조금 불편했고, 조금 쓸쓸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은 차분했다. 작별도 그렇게 천천히 걸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한 번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었던 시간을 하나씩 떠올리며 보내주는 일.
낡은 등산화를 보내며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발은 닳았고, 나 또한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걸었다면, 이제는 길가의 소나무를 바라보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강물을 오래 바라본다. 얼마나 빨리 올랐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걸었는지, 무엇을 마음에 담아 내려왔는지가 더 소중해졌다.
오늘 용마산과 아차산을 걸으며 나는 정상 하나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벗 하나를 떠나보내는 법을 배웠다. 나를 지탱해주던 것들이 하나둘 낡아가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도 산이 가르쳐주는 길인지 모른다.
십여 년 동안 나의 무게를 받아주고, 수많은 산길에서 내 발을 지켜준 낡은 등산화. 이제는 더 이상 나의 발을 감싸는 벗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의 한 부분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용마산의 바위와 아차산의 소나무, 안개 속 한강과 온달샘의 오래된 이야기를 마지막 기억으로 품고 편히 쉬기를.
잘 가라, 나의 오래된 등산화.
그동안 네가 있어 나는 참 많은 산을 걸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오래 함께한 것들을 보내는 일
용마산과 아차산을 걸은 그날, 나는 산행보다 작별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새벽 안개와 한강의 다리, 소나무와 바위, 온달샘의 이야기보다도 손에 들고 걸었던 낡은 등산화의 밑창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신발은 십 년 넘게 내 발을 감싸고 전국의 산을 함께 걸었다. 수락산과 도봉산, 설악산과 지리산, 비와 눈과 흙길과 바위길을 함께 지나왔다. 곁에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자주 잊었다. 그러나 밑창이 떨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참 오래 나를 지켜주었구나.
사람도, 물건도, 시간도 언젠가는 닳는다. 아무리 아껴도 낡고, 아무리 붙잡아도 떠날 때가 온다. 그러나 떠난다고 해서 함께한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낡은 등산화는 더 이상 산길을 걷지 못하겠지만, 내가 걸어온 수많은 산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날 조금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하산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단정했다. 작별은 꼭 슬픔만은 아니었다. 오래 함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이별도 하나의 완성일 수 있었다.
산은 늘 새로운 길을 열어주지만, 때로는 오래된 것들을 보내는 법도 가르쳐준다. 용마산과 아차산의 그 새벽길에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용마산과 아차산은 서울 동쪽에서 한강과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근교 산행지다. 서울둘레길 5코스는 아차산 구간을 지나며, 안내 자료에는 아차산 보루와 용마산 보루가 코스 안에 포함되어 있다. 서울의 공원 안내 역시 아차산정상길이 아차산관리사무소에서 용마산정상 방향으로 이어지는 코스라고 소개한다.
높이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용마산과 아차산은 바위길과 계단, 능선길이 이어진다. 새벽 안개가 있거나 비가 온 뒤에는 바위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접지력 좋은 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면 좋다. 오래된 등산화는 산행 전 밑창과 옆면 상태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건… 이번 글의 핵심 교훈이기도 하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등산화 상태를 산행 전 꼭 확인해야 한다.
밑창 들뜸, 옆면 갈라짐, 접착 부분 벌어짐이 보이면 짧은 산행이라도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새벽 안개가 낀 날에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조망은 아름답지만 바위와 계단이 젖어 있을 수 있어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이어갈 경우 하산 방향을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중랑구, 광진구, 구리 방향으로 하산 동선이 나뉠 수 있으므로 교통편을 함께 확인하면 편하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서울둘레길 5코스 아차산
👉 서울둘레길 5코스 아차산 바로가기
https://gil.seoul.go.kr/gil/view.do?key=2407100014&sc_gilNo=5
용마산과 아차산 능선 주변 둘레길, 보루 유적, 코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② 서울의 공원 아차산공원
아차산정상길, 고구려정, 아차산 보루와 용마산 보루 등 아차산공원 산책·등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③ 중랑구 문화관광
용마산, 망우산, 중랑둘레길 등 중랑구 주변 산책과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④ 구리 문화관광
아차산, 고구려대장간마을, 구리한강시민공원 등 구리 방향 여행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⑤ 아차산과 온달장군 이야기
아차산에 전해지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관련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다.
🌿 용마산·아차산 준비물 체크리스트
□ 접지력 좋은 등산화
□ 등산화 밑창 상태 확인
□ 스틱
□ 충분한 식수
□ 간단한 행동식
□ 바람막이
□ 보조배터리
□ 안개 낀 날 천천히 걷는 마음
□ 하산 교통편 확인
□ 오래 함께한 물건에게 고맙다고 말할 여유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서울 광진·중랑권
용마산·아차산은 당일 산행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다만 서울 여행과 함께 묶는다면 광진구나 중랑구 숙박을 고려할 수 있다. 아차산, 용마산, 어린이대공원, 한강공원 등을 함께 둘러보기 좋다.
🏡 구리권
아차산에서 구리 방향으로 하산한다면 구리권 여행과도 연결하기 좋다. 고구려대장간마을, 구리한강시민공원, 동구릉 등과 함께 하루 일정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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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 글바람 ㉔」 조령산 산행기, 암릉구간을 지나 만난 한 모금의 물
조령산에서는 이화령에서 시작해 조령샘과 정상, 신선암봉의 거친 암릉을 지나 제3관문으로 내려왔습니다. 백두대간 능선 위에서 만난 바위와 바람, 정상의 아기 울음소리, 지친 끝에 만난 한 모금의 물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조령산이 지친 산행 끝에 만난 물 한 모금의 귀함을 알려준 산이었다면, 용마산과 아차산은 오래 함께한 물건을 떠나보내는 법을 알려준 산이었습니다. 산은 때로 풍경보다 더 오래 남는 작별을 가르쳐줍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㉖」 청송 주왕산 산행기
용마산과 아차산에서는 안개 낀 새벽 능선을 걸으며 십 년 넘게 함께한 낡은 등산화를 떠나보냈습니다. 정상보다 오래 남은 것은 한강의 조망도, 안개 속 소나무도 아닌 손에 들고 걸었던 낡은 밑창과 고마운 작별의 마음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청송 주왕산으로 향합니다. 주왕산은 기암과 협곡, 폭포와 전설이 함께 어우러진 산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주왕산을 주왕산 722m를 중심으로 여러 산들이 말발굽형 산세를 이루며, 용결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특색 있는 경관을 가진 산으로 소개합니다. 용마산이 오래된 등산화와의 작별을 가르쳐준 산이었다면, 주왕산에서는 바위와 물길 사이에 남은 전설의 시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산길의 끝에서
용마산과 아차산을 걸은 날, 나는 오래된 등산화 한 켤레와 마지막 산행을 했다. 처음부터 이별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버텨주겠지” 하고 믿었고, 그 믿음은 산길 중간에서 밑창이 떨어지는 소리로 돌아왔다.
우스운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떨어진 밑창을 들고, 한쪽 발은 높이가 맞지 않아 뒤뚱거리며 걸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우스운 모습 속에 쓸쓸함이 있었다. 십 년 넘게 내 발을 감싸고 전국의 산을 함께 걸었던 신발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마지막 산행에서야 조용히 말해준 셈이었다.
안개 속 한강은 나타났다 사라졌고, 아차산의 소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온달샘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사람도, 물건도, 시간도 언젠가는 닳고 멀어진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이 진심이었다면, 그 이별은 사라짐이 아니라 기억의 한 부분이 된다.
그날 나는 산 하나를 오른 것이 아니라, 오래된 벗 하나를 집까지 데려오는 길을 걸었다. 버스도 전철도 타지 않고, 늘어진 밑창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함께 걸은 존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예의였다.
잘 가라, 나의 오래된 등산화.
그동안 네가 있어 나는 참 많은 산을 걸을 수 있었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용마산 새벽길에
안개가 내려앉았습니다.
한강의 다리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구리와 팔당으로 이어지는 물길도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그 길을
오래된 등산화와 함께 걸었습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발을 감싸고,
수락산과 도봉산,
설악산과 지리산의 길을
함께 걸어온 신발이었습니다.
비에 젖고,
눈에 묻히고,
바위에 닳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나를 붙들어준 말 없는 벗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신발의 밑창이 떨어졌습니다.
나는 늘어진 밑창을
한 손에 들고 걸었습니다.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마음 한쪽은 자꾸만 쓸쓸했습니다.
아차산 능선에는
안개가 흐르고,
소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온달샘의 오래된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 생각했습니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는 마음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오래 함께한 물건에도
시간은 스며들고,
그 시간은
작별 앞에서 비로소
고마움이 됩니다.
용마산과 아차산을 걸으며
나는 정상 하나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벗 하나를
떠나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잘 가라,
나의 오래된 등산화.
그동안 네가 있어
나는 참 많은 산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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