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㉛」 홍천 공작산 산행기, 미뤄둔 산을 찾아간 가을 여행

 

홍천 공작산 늦가을 산행길과 낙엽 쌓인 숲길, 정상에서 바라본 홍천 산줄기와 친구들이 함께 걷는 가을 여행 풍경

홍천 공작산 늦가을 산행길과 낙엽 쌓인 숲길, 정상에서 바라본 홍천 산줄기와 친구들이 함께 걷는 가을 여행 풍경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공작산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 않았다.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도 같은 바람을 내어주며, 미뤄둔 약속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오래 마음에 두었던 산

홍천은 내게 낯선 여행지가 아니다. 동생의 땅이 있고 가족묘가 있어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는 곳이다. 조상을 뵙고 돌아오는 길이면 홍천의 산과 들은 늘 가까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공작산은 몇 번이나 마음만 두었다가 지나치곤 했다.

언젠가는 올라야지 생각하면서도 다른 일정에 밀리고, 시간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가까운 곳일수록 오히려 쉽게 찾지 못한다는 말처럼 공작산은 오랫동안 내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다.

늦가을 어느 날, 친구들과 홍천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산행만을 위한 길이라기보다 친구들과 바람도 쐬고, 묵은 이야기도 나누는 작은 여행이었다.

홍천으로 향하는 길에는 가을이 한창 물러나고 있었다. 들판의 빛깔은 한결 엷어졌고, 산등성이에는 붉은 단풍보다 마른 잎과 빈 가지가 더 많아졌다. 화려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는 늦가을 특유의 쓸쓸하고도 편안한 빛이 머물러 있었다.

그날 우리는 오래 미뤄두었던 공작산을 찾았다.

산은 때때로 가까운 곳에 있어 더 늦어진다.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발걸음을 미루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미뤄둔 산을 어느 날 문득 찾아가면, 산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길을 열어준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강원도 홍천 공작산

📅 산행일
2024년 9월 29일

🥾 산행 코스
공작산 들머리 → 숲길과 능선길 → 공작산 정상 → 원점 방향 하산

📏 산행 거리
정확한 거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공작산 정상 왕복 산행

산행 시간
친구들과 함께 걸은 늦가을 반나절 산행

난이도
★★★☆☆

공작산은 높이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 구간이 있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친구들과 여유 있게 걷기 좋은 산이지만, 만만하게만 볼 산은 아니다.

🌳 산행 환경
늦가을 숲길 · 낙엽길 · 친구 산행 · 홍천 산줄기 조망 · 가족묘 · 군업리 마을잔치 · 구들장 하룻밤

🏡 숙박
홍천 동생 집에서 하룻밤, 시골집처럼 장작불이 타오르는 구들장 숙박

🚗 이동방법
자가용으로 홍천 이동 후 공작산 산행


공작산 이야기

공작산은 해발 887.4미터로 알려진 홍천의 산이다. 능선이 뻗은 모습이 공작이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산자락에는 천년 고찰 수타사와 맑은 물이 흐르는 수타계곡이 자리하고 있어 산행과 계곡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홍천군 관계자로 보이는 해설사 한 분이 등산객들을 맞고 있었다. 그는 공작산의 이름과 산세, 등산로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산을 오르기 전에 누군가에게 그 산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좋았다. 무심히 지나칠 능선 하나와 바위 하나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산길은 단순히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이 된다.

설명을 듣고 산행을 시작했다.

늦가을이라고 하기에는 햇볕이 제법 따뜻했다. 조금만 오르면 등에 땀이 맺혔지만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금세 식었다. 덥다고 옷을 벗으면 서늘하고, 다시 입으면 땀이 나는, 계절의 경계에 선 듯한 날씨였다.


늦가을 숲길을 걷다

숲에는 이미 많은 잎이 떨어져 있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따라왔다. 여름 동안 길을 가렸던 나뭇잎이 물러나자 능선과 골짜기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졌다.

가을 산은 아름답지만 늦가을 산은 솔직하다.

꽃도 없고 짙은 녹음도 없지만, 대신 산이 품고 있던 뼈대와 표정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나무들은 빈손으로 서 있었고, 바위들은 낙엽 사이에서 오래 묵은 얼굴을 드러냈다.

친구들과 걷는 산길에는 혼자 오를 때와 다른 여유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오르막에서는 말수가 줄었다가 능선에 올라 숨을 돌리면 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젊은 날의 기억도 꺼내고, 살아온 이야기도 나누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와 산을 오른다는 것이 단순한 산행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걷는 동안 서로의 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말하지 않아도 각자가 지나온 시간을 짐작하게 된다.

누군가 조금 늦으면 기다려주고, 가파른 곳에서는 앞사람의 발끝을 살핀다. 그렇게 산에서는 오래된 우정도 다시 보폭을 맞춘다.


공작의 날개 위를 걷는다는 것

공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름처럼 마냥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다가도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고, 바위가 드러난 곳에서는 발을 조심해야 했다.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때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정작 그 날개 위를 걷는 사람에게는 숨을 고르고 땀을 흘려야 하는 산길이었다.

그러나 힘이 들 때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늦가을 햇살이 발걸음을 붙들어 주었다. 잎이 떨어진 숲 사이로 보이는 먼 능선은 차분했고,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맑았다.

몇 번이나 오려다 오지 못했던 산이라 그런지 한 걸음씩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오래 미뤄둔 약속을 지키는 기분이 들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산을 찾는 사람의 사정은 늘 달라진다. 시간이 없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또는 다음을 기약하며 지나친 산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미뤄두었던 산을 마침내 오르면 산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나무라지도 않고, 지난 시간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늦게 찾아온 사람에게도 같은 바람을 내어주고 같은 길을 열어준다.


정상에서 바라본 홍천

정상에 서자 홍천의 산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었다. 가족묘를 찾아오며 여러 번 지나쳤던 홍천의 풍경도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길에서 올려다보던 산과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장은 같은 곳이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동생의 땅이 있고 가족의 시간이 묻혀 있는 곳.

그래서인지 눈앞에 펼쳐진 홍천의 산하는 단순한 조망이라기보다 우리 가족의 오래된 기억처럼 다가왔다. 산 아래 어딘가에는 먼저 떠난 이들이 잠들어 있고, 그 곁을 살아 있는 우리가 오가고 있었다.

사람의 생은 짧지만 산은 오랫동안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잠시 정상에 머물며 바람을 맞았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준비해 온 것을 나누어 먹으며 숨을 골랐다. 거창한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함께 산을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의 여행은 충분했다.


오늘의 시

공작 / 송현

가족의 시간이 묻힌 홍천에
몇 번이나 마음만 두고
지나친 산 하나 있었다.

늦가을 친구들과
하룻밤 묵을 길에 찾아가니
공작산은 남은 단풍 사이로
늦게 온 사람을 말없이 맞아주었다.

낙엽은 발밑에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친구들의 숨소리에는
함께 늙어가는 세월이 묻어났다.

산 아래에는
떠난 이들이 잠들고,

산 위에는
살아 있는 우리가 서 있었다.

왜 이제야 왔느냐 묻지 않고
공작산은 바람 한 자락 내어주며 말했다.

늦은 걸음도
함께 걸으면
가장 따뜻한 여행이 된다고.


남겨둔 수타사와 수타계곡

하산길에는 해가 조금씩 기울었다. 숲속의 빛은 오를 때보다 옅어졌고 낙엽 밟는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발밑을 조심하면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산 하나를 비로소 다녀왔다는 작은 후련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날은 수타사와 수타계곡까지 둘러보지 못했다. 공작산을 품은 수타사와 계곡의 맑은 물길도 오래전부터 한 번쯤 걷고 싶었던 곳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바로 돌아서야 했지만, 가지 못한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시 홍천을 찾을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수타사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도 걸어보고 싶다.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길을 다 걸을 수는 없다. 모든 풍경을 한 번에 다 가져오려는 마음은 때로 여행을 조급하게 만든다. 조금 남겨두어야 다시 찾아갈 마음도 생긴다.

공작산은 그렇게 정상은 내어주고, 수타사와 수타계곡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었다.


군업리 마을잔치

산에서 내려오니 군업리 마을잔치가 한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반별로 나뉘어 노래자랑과 장기자랑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생이 사는 5반 팀이 되었다.

잔치음식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으니 낮 동안 힘들었던 산길도 금세 웃음거리가 되었다. 처음 찾아온 손님이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홍천에 살던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홍천의 인심은 넉넉했다. 특히 5반 반장님은 성격도 좋고 시골의 풋풋한 정이 느껴지는 분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

산행 뒤 만나는 마을잔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몸은 피곤했지만, 잔치판의 소리와 웃음 속에 앉아 있으니 하루가 다른 빛으로 이어졌다. 산은 산에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날의 공작산은 마을잔치까지 데리고 와서 우리를 앉혀놓았다.

술잔보다 이야기가 먼저 돌았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오래전 일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되살아났다. 산행 뒤 우연히 만난 마을잔치는 그날의 여행에 생각지도 못한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장작불과 구들장

숙소에 들어오니 시골집처럼 부엌에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 구들장에서 자게 되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침대와 보일러가 익숙하지만, 장작불이 들어간 구들장에는 오래된 기억을 깨우는 힘이 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은 몸만 데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감각까지 함께 불러낸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에서 나눈 이야기와 마을잔치에서 나눈 이야기,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의 걱정들이 장작불 앞에서 조금씩 풀렸다.

아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정상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걷고 함께 쉬며, 하룻밤 같은 공간에서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 바쁘게 살아오느라 잠시 멀어졌던 시간을 다시 이어보는 일이 우리가 홍천을 찾은 까닭이었는지도 모른다.

산행은 산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산 아래 마을잔치에서, 따뜻한 구들장 위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미뤄둔 산을 찾아간다는 것

공작산은 오래 기다린 끝에 만난 산이었다. 몇 번이나 찾아가려다 지나쳤던 산을 늦가을 친구들과 함께 올랐다. 눈부신 단풍의 절정은 이미 지났지만, 오히려 화려함이 걷힌 산에서 오래된 사람들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수타사와 수타계곡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었다.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길을 다 걸을 수는 없다. 가지 못한 길 하나쯤 남겨두어야 다시 찾아갈 마음도 생기는 법이다.

산은 조용히 말을 건다.

늦었다고 생각한 날에도 길은 남아 있고, 미뤄둔 약속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가족의 기억이 머무는 홍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른 공작산은 그렇게 한 번의 산행을 넘어, 오래 미뤄둔 시간을 찾아간 늦가을 여행으로 남았다.

그날 공작산은 내게 정상 하나보다 더 많은 것을 주었다. 친구들과 맞춘 보폭, 늦가을 숲의 솔직한 표정, 가족의 시간이 묻힌 홍천의 산하, 마을잔치의 넉넉한 인심, 장작불이 데운 구들장의 밤까지.

산 하나를 다녀왔다기보다, 오래된 시간 하나를 다시 찾아온 기분이었다.


에필로그|늦은 걸음도 따뜻한 여행이 된다

홍천은 늘 가까웠다. 동생의 땅이 있고 가족묘가 있어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곳이라고 해서 늘 깊이 들여다본 것은 아니었다. 공작산도 그랬다. 몇 번이나 마음만 두고 지나쳤고,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며 미뤄두었다.

2024년 9월 29일, 친구들과 홍천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 날, 우리는 마침내 공작산을 찾았다. 산행만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바람도 쐬고, 오래된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은 느슨하게 가을을 보내려는 여행이었다.

공작산 입구에서 들은 산의 이름과 산세에 관한 설명은 산길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해주었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한 산. 그러나 그 날개 위를 걷는 사람에게 길은 마냥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길이 있었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이라 좋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서로의 보폭을 맞추었다. 젊은 날의 이야기가 오르막 사이로 흘러나왔고, 살아온 시간이 낙엽 밟는 소리 속에 섞였다.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른다는 것은 서로의 나이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는 일이기도 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홍천의 산하는 가족의 기억처럼 다가왔다. 산 아래 어딘가에는 먼저 떠난 이들이 잠들어 있고, 산 위에는 살아 있는 우리가 서 있었다. 산은 말없이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을 품고 있었다.

산행 뒤에는 군업리 마을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동생이 사는 5반 팀이 되어 잔치음식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의 노래와 웃음 속에 앉았다. 처음 온 손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 마을 사람이었던 것처럼 맞아주는 인심이 고마웠다.

그리고 밤에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시골집 구들장에서 잤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은 어린 시절을 데리고 왔다. 술잔보다 이야기가 먼저 돌았고,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오래전 시간이 다시 살아났다.

공작산은 산 하나로 끝난 여행이 아니었다. 늦가을 숲길과 정상, 마을잔치와 구들장, 친구들의 웃음과 가족의 기억이 한데 묶인 하루였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늦게 찾아간 산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바람 한 자락을 내어주며 말하는 듯했다.

늦은 걸음도 함께 걸으면 가장 따뜻한 여행이 된다고.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공작산은 홍천을 대표하는 산 가운데 하나로, 산세가 공작이 날개를 펼친 모습과 닮았다고 전해진다. 정상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 홍천 일대의 산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산자락에는 수타사와 수타계곡이 있어 산행과 사찰, 계곡 여행을 함께 계획하기 좋다.

늦가을 공작산은 화려한 단풍의 절정이 지나도 충분히 아름답다. 잎이 떨어진 숲길에서는 산의 능선과 골짜기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다만 낙엽 아래 돌과 미끄러운 흙이 숨어 있을 수 있어 발밑을 잘 살펴야 한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공작산은 이름처럼 우아하지만 길은 만만하지 않다.
부드러운 숲길과 가파른 구간, 바위가 드러난 길이 섞여 있다. 천천히 보폭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둘째, 수타사와 수타계곡을 함께 묶으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산행 뒤 수타사 경내와 계곡길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셋째, 늦가을 산행은 체온 조절이 중요하다.
오를 때는 땀이 나지만 쉬면 금세 서늘해진다. 얇은 겉옷과 바람막이를 준비하면 좋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홍천문화관광 공작산·수타사

👉 홍천문화관광 공작산·수타사 바로가기

공작산의 이름 유래, 수타사, 수타사계곡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② 홍천문화관광

👉 홍천문화관광 바로가기

홍천의 산, 계곡, 축제, 숙박, 먹거리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③ 홍천 수타사 동종

👉 홍천 수타사 동종 안내 바로가기

수타사에 전해지는 문화재와 역사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④ 국립공원공단 덕유산국립공원

👉 국립공원공단 덕유산국립공원 바로가기

다음 산행지인 남덕유산과 덕유산국립공원 탐방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⑤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

👉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 바로가기

덕유산 대피소와 탐방 예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공작산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가벼운 바람막이
접지력 좋은 등산화
등산 스틱
충분한 식수
간단한 행동식
여벌 양말
보조배터리
낙엽길 미끄럼 주의
수타사·수타계곡 연계 일정 확인
친구들과 보폭 맞추는 마음
늦게 찾아간 산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마음
다음을 위해 남겨둘 여유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홍천읍·영귀미면권

공작산과 수타사, 수타계곡을 함께 둘러보려면 홍천읍이나 영귀미면 일대 숙박을 고려하기 좋다. 산행 뒤 홍천의 먹거리와 전통시장, 주변 계곡 여행까지 이어갈 수 있다.

👉 홍천문화관광 숙박 정보 바로가기

🏡 수타사·수타계곡 연계 여행

공작산 산행 뒤 시간이 있다면 수타사와 수타계곡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이날은 가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다시 홍천을 찾을 이유가 남았다.

👉 홍천문화관광 공작산·수타사 바로가기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㉚」 양구 사명산 산행기, 기다림을 내려놓고 걷다

사명산에서는 멈춰버린 현장과 길어진 기다림을 뒤로하고, 웅진리에서 정상까지 혼자 걸었습니다. 600미터마다 나타나는 이정표와 아무도 없는 산길의 단풍, 헬기장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걷지 못한 마지막 3킬로미터의 아쉬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사명산이 기다림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 산이었다면, 공작산은 미뤄두었던 약속을 친구들과 함께 찾아간 산이었습니다. 하나는 혼자 걸으며 마음을 정리한 산이었고, 하나는 함께 걸으며 오래된 시간을 다시 잇게 해준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㉜」 남덕유산 산행기

공작산에서는 가족의 시간이 묻힌 홍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래 미뤄두었던 산을 올랐습니다. 늦가을 숲길과 정상의 바람, 군업리 마을잔치와 장작불 구들장 하룻밤까지 더해져, 한 번의 산행을 넘어 따뜻한 가을 여행으로 남았습니다.

다음 산행은 남덕유산으로 향합니다. 덕유산의 넓은 품 안에서도 남덕유산은 또 다른 결을 가진 산입니다. 공작산이 친구들과 보폭을 맞추며 미뤄둔 시간을 찾아간 산이었다면, 남덕유산에서는 더 깊은 능선과 긴 호흡 속에서 또 다른 산의 문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산길의 끝에서

홍천은 늘 가까웠다. 동생의 땅이 있고 가족묘가 있어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곳이라고 해서 늘 깊이 들여다본 것은 아니었다. 공작산도 그랬다. 몇 번이나 마음만 두고 지나쳤고,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며 미뤄두었다.

2024년 9월 29일, 친구들과 홍천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 날, 우리는 마침내 공작산을 찾았다. 산행만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바람도 쐬고, 오래된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은 느슨하게 가을을 보내려는 여행이었다.

공작산 입구에서 들은 산의 이름과 산세에 관한 설명은 산길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해주었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한 산. 그러나 그 날개 위를 걷는 사람에게 길은 마냥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길이 있었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이라 좋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서로의 보폭을 맞추었다. 젊은 날의 이야기가 오르막 사이로 흘러나왔고, 살아온 시간이 낙엽 밟는 소리 속에 섞였다.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른다는 것은 서로의 나이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는 일이기도 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홍천의 산하는 가족의 기억처럼 다가왔다. 산 아래 어딘가에는 먼저 떠난 이들이 잠들어 있고, 산 위에는 살아 있는 우리가 서 있었다. 산은 말없이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을 품고 있었다.

산행 뒤에는 군업리 마을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동생이 사는 5반 팀이 되어 잔치음식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의 노래와 웃음 속에 앉았다. 처음 온 손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 마을 사람이었던 것처럼 맞아주는 인심이 고마웠다.

그리고 밤에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시골집 구들장에서 잤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은 어린 시절을 데리고 왔다. 술잔보다 이야기가 먼저 돌았고,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오래전 시간이 다시 살아났다.

공작산은 산 하나로 끝난 여행이 아니었다. 늦가을 숲길과 정상, 마을잔치와 구들장, 친구들의 웃음과 가족의 기억이 한데 묶인 하루였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늦게 찾아간 산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바람 한 자락을 내어주며 말하는 듯했다.

늦은 걸음도 함께 걸으면 가장 따뜻한 여행이 된다고.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홍천은
늘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동생의 땅이 있고,
가족의 시간이 묻혀 있어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는 곳.

그런데도 공작산은
몇 번이나 마음만 두고
지나친 산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올라야지.

그 말만 남겨둔 채
다른 일정에 밀리고,
시간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늦가을 어느 날,
친구들과 홍천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산행만을 위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바람도 쐬고,
묵은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은 느슨하게
가을을 보내려는 여행이었습니다.

공작산은
남은 단풍 사이로
늦게 온 사람을
말없이 맞아주었습니다.

낙엽은 발밑에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친구들의 숨소리에는
함께 늙어가는 세월이 묻어났습니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한 산이라지만,
그 날개 위를 걷는 길은
마냥 우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길을 지나며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었습니다.

누군가 늦으면 기다리고,
가파른 곳에서는
앞사람의 발끝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는
오래된 우정도
다시 걸음을 맞춥니다.

정상에 서자
홍천의 산들이 겹겹이 이어졌습니다.

산 아래에는
떠난 이들이 잠들고,

산 위에는
살아 있는 우리가 서 있었습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 묻지 않고
공작산은 바람 한 자락을 내어주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니
군업리 마을잔치가 한창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생이 사는 5반 팀이 되었고,

잔치음식을 앞에 두고 앉으니
낮 동안 힘들었던 산길도
금세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밤에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부엌과
따뜻한 구들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처럼
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기에 몸을 맡기고,

친구들과 늦도록
오래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정상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하룻밤 같은 공간에서
다시 시간을 이어보는 일.

그것이 우리가
홍천을 찾은 까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수타사와 수타계곡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길을 다 걸을 수는 없습니다.

가지 못한 길 하나쯤 남겨두어야
다시 찾아갈 마음도 생기는 법입니다.

공작산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날에도
길은 남아 있고,

미뤄둔 약속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늦은 걸음도
함께 걸으면
가장 따뜻한 여행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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