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㉖」 청송 주왕산 산행기, 기다림 끝에 만난 전설의 산

 

청송 주왕산 대전사 뒤로 솟은 기암과 주봉 산길, 후리메기삼거리에서 용추폭포로 이어지는 여름 산행 풍경

주봉, 후리메기삼거리, 용추폭포를 지나 다시 대전사로 돌아왔다. 주왕산은 기암과 폭포, 전설과 기다림이 함께 살아 있는 산이었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주왕산은 오래 기다렸다는 말도, 왜 이제야 왔느냐는 타박도 하지 않았다. 다만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전설과 바람과 물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기다림 끝에 다시 주왕산으로

산행일은 2026년 7월 26일이었다. 날씨가 35도를 오르내린다는 예보가 있던 날이었다. 한여름의 산행은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해 둔 길이었다. 새벽 5시부터 배낭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주왕산 상의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주차비 5,000원을 내고 차를 세웠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대전사 경내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니 어느새 9시가 되었다.

주차장에는 스무 대 남짓한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모두 산을 오르러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계곡과 폭포만 둘러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전사에 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왕산은 정상 산행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을 붙잡는 산이다. 기암과 대전사, 용추폭포와 주방계곡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여행이 된다.

대전사 뒤로 우뚝 솟은 기암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깎아지른 바위 봉우리는 절을 지키는 거대한 장수처럼 보였다. 주왕산은 대전사 뒤편의 기암을 비롯해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등 바위 경관이 많아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 가운데 하나로도 소개된다.

그 바위 앞에 서니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 산행일
2026년 7월 26일

🥾 산행 코스
상의주차장 → 대전사 → 주봉 → 후리메기삼거리 → 용추폭포 → 대전사 → 상의주차장

📏 산행 형태
원점회귀

산행 시간
한여름 무더위와 휴식 시간을 고려해 여유 있게 진행

난이도
★★★☆☆~★★★★☆

주봉 오름길은 땀을 많이 요구하고, 한여름에는 체감 난도가 크게 올라간다. 후리메기삼거리 이후 용추폭포 방향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더위와 수분 관리가 중요하다.

🌳 산행 환경
대전사 · 기암 · 주봉 · 숲길 · 후리메기삼거리 · 주방계곡 · 급수대 · 시루봉 · 학소대 · 용추폭포

🏡 숙박
청송 주왕산면, 주산지, 청송읍권 숙박 연계 가능

🚗 이동방법
상의주차장 이용, 주차비 5,000원

국립공원공단은 주왕산국립공원을 주왕산 722m를 중심으로 여러 산들이 말발굽형 산세를 이루며, 용결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특색 있는 경관을 가진 산으로 소개한다.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전사와 기암 앞에서

대전사는 주왕산 산행의 첫 문장 같은 곳이다. 산으로 바로 들어가도 되지만, 대전사 경내를 천천히 둘러본 뒤 기암을 올려다보면 주왕산의 분위기가 조금 더 깊게 다가온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대전사에 대해 672년 의상이 창건했다는 설과 919년 주왕의 아들이 창건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고 설명한다.

대전사 뒤로 솟은 기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설처럼 서 있었다. 주왕이 자신의 군기가 꽂힌 것처럼 보이도록 바위에 볏짚을 둘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벌였다는 이야기 또한 산길 곳곳에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인지, 오래된 상상인지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산의 전설은 꼭 사실이어야만 힘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전설은 사람들이 그 산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바위에서 장군을 보았고, 누군가는 절벽에서 깃발을 보았고, 누군가는 계곡의 물소리에서 패자의 숨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주왕산은 바위 하나, 물길 하나에도 이야기를 입혀 오늘까지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주봉으로 가기로 했다

대전사를 지나자 주봉으로 오르는 길과 용추폭포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졌다. 나는 주봉을 먼저 오른 뒤 후리메기삼거리로 내려가 용추폭포를 지나 다시 대전사로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가메봉까지 다녀올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삼복더위 속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 산과 나를 모두 힘들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주봉으로 정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땀이 쏟아졌다. 땀방울은 이마에서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소낙비처럼 온몸을 적셨다. 등산복은 금세 물에 젖은 듯 무거워졌다. 더위 때문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람이 적은 산길은 고요했다. 말없이 길을 내어주는 숲과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바위들. 주왕산은 오래 기다렸다는 말도, 왜 이제야 왔느냐는 타박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산바람 한 줄기를 보내 땀을 식혀주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문득 기다림에 대해 생각했다.

주왕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쯤 와본 적이 있고, 주산지도 다녀갔다. 하지만 그동안의 주왕산은 산을 제대로 만났다기보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에 가까웠다. 언젠가 다시 와서 능선을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 약속은 오래 미뤄졌다.

내가 잊고 있는 동안에도 산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은 약속을 잊어도 산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계절이 몇 번 바뀌고 내 발걸음이 조금 느려지는 동안에도 주왕산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림과 바람이 한순간에 만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더위 속에서 만난 산의 얼굴

주봉을 향해 오르면서 건너편 봉우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겹겹이 이어지고, 그 위로는 가을 하늘처럼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한여름인데도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았다. 흰 뭉게구름이 기암 봉우리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숨은 가쁘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더위는 몸을 밀어붙였고, 풍경은 마음을 붙잡았다. 산행은 늘 그 둘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몸은 그만 가자고 하고, 마음은 조금만 더 보자고 한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 진나라의 주왕이 반란에 실패한 뒤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전설이 있고, 신라의 주원왕이 왕위를 버리고 이 산에서 수도한 데서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주방계곡 안내도 주왕이 이곳에서 신라 장군 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는 설화를 소개한다.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뒤섞이며 산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이야기책이 된 셈이다. 나는 그 이야기책의 한 페이지를 땀으로 넘기고 있었다.


대구에서 온 학생들

정상을 향하던 중 대구에서 왔다는 학생들을 만났다. 주짓수를 배운다는 학생들이었다. 한여름 산길에서도 지친 기색보다 생동감이 먼저 느껴졌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씩씩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젊음이라는 것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흐뭇해졌다. 사진도 찍어주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도 저렇게 밝고 힘차게 산을 올랐을까.

이제는 그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앞서가는 사람이 부러웠고, 젊은 체력이 부러웠다. 이제는 그저 보기 좋다. 누군가의 젊음이 나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밝혀주는 등불처럼 느껴진다.

산에서는 가끔 낯선 사람이 풍경보다 오래 남는다. 이름도 모르고 다시 만날 일도 없지만, 짧은 인사와 웃음 하나가 그날의 산행을 환하게 만든다. 그 학생들도 내 주왕산 기억 속에 그렇게 남았다.


후리메기삼거리로 내려서며

주봉을 지나 후리메기삼거리 방향으로 내려섰다. 서울과 충청도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크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주왕산 위쪽 계곡에는 물이 많지 않았다. 여름 산이라면 어디서든 물소리가 들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곡 바닥이 드러난 곳도 있었다.

조금 아쉬웠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물줄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리메기삼거리부터는 길도 비교적 평탄해졌다. 내려가는 길은 길었지만 숲이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계곡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뜨거워진 몸을 조금씩 식혀주었다.

후리메기라는 이름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주왕의 군사들이 이 깊은 골짜기에 모여 군사 훈련을 하던 장소였다고 하여 처음에는 훈련목 등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갈림길을 뜻하는 한자와 오랜 구전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후리메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후리메기삼거리는 주방천에서 주봉과 가메봉 방향으로 오르거나, 그 길에서 내려와 다시 계곡길과 만나는 자리다. 산길의 삼거리는 늘 사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더 갈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그 질문은 산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곳에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가메봉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더위 속에서 무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오늘의 시

주왕산 / 송현

기암은 말없이 줄을 서고
알 수 없는 사연들은
계곡을 따라 흐른다.

바위마다 걸린 이야기는
세월 속에 전설이 되어
한 겹씩 쌓이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위로
빛바랜 대전사 풍경 소리만
오래도록 산을 흔든다.


— 송현

전설 속으로 내려가는 길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흥미롭게 이어지는 주왕산의 전설 속으로 들어갔다. 절벽 위에 우뚝 솟은 급수대에는 신라 왕족 김주원이 이곳에 머물 때 절벽 위에서 생활하며 계곡물을 길어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앞으로 넘어질 듯 치솟은 바위는 그 자체로도 아찔했다.

시루봉은 이름 그대로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설에는 도사와 신선의 이야기도 따라붙는다. 시루 밑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바위를 감싸고 위로 피어오른다는 이야기는, 문득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할 수 없는 현실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그런 아쉬움이 전설을 더 오래 살아 있게 하는지도 모른다.

학소대에는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주왕과 관련된 기암, 망월대, 주왕굴, 주왕암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산길을 걷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꾸 불러낸다.

국립공원과 관광 안내 자료에서도 주왕산 주방계곡은 기암,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용추폭포 등 독특한 바위와 계곡 경관이 이어지는 대표 탐방지로 소개된다. 특히 주방계곡은 주왕산국립공원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대표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산의 전설은 하늘에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 산을 바라보고, 그 계곡을 지나고, 그 바위 앞에서 쉬어가던 사람들이 조금씩 남긴 마음의 흔적이다. 그래서 전설은 사실보다 오래 가기도 한다.


용추폭포에 닿다

그리고 마침내 용추폭포에 닿았다. 높은 암벽 사이로 계곡이 좁아지고, 그 틈을 따라 물이 흘러내렸다. 위쪽 계곡의 수량이 적어 걱정했지만, 바위 사이를 돌아 흐르는 물소리는 여전히 시원했다. 용이 승천했다는 이름처럼 폭포 아래의 푸른 물은 깊이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뜨거운 산길을 걸어온 뒤 만난 물소리라서인지 더욱 반가웠다. 잠시 바위에 앉아 물을 바라보았다. 산행은 정상에 오르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오르지 못한 봉우리가 다음 산행을 약속하게 하고, 지나온 길에서 만난 사람과 바람, 물소리가 정상보다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오늘은 가메봉까지 가지 못했다.

그러나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무더위 앞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도 산에서 배운 하나의 지혜였다. 가메봉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줄 것이다.

산을 오래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모든 길을 오늘 다 걸을 필요는 없다. 어떤 길은 남겨두어야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된다. 남겨둔 봉우리 하나가 마음속에서 오래 손짓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시 대전사로

대전사로 돌아오는 길, 다시 기암을 올려다보았다. 아침에 보았던 바위와 같은 바위였지만 느낌은 달랐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그저 웅장한 절벽이었는데, 한 바퀴 산길을 돌아온 뒤에는 주왕과 마장군의 전설을 품고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산의 얼굴처럼 보였다.

같은 풍경도 걸은 뒤에는 다르게 보인다. 산행 전의 눈과 산행 후의 눈은 같지 않다. 처음에는 바위의 높이를 보고, 나중에는 그 바위가 품은 시간을 본다. 처음에는 폭포의 시원함을 보고, 나중에는 그 물소리가 내 안의 더위를 어떻게 식혀주었는지를 기억한다.

주왕산은 전설과 사실이 함께 살아 있는 산이다. 폭포가 있고, 깊은 협곡이 있고, 사람의 얼굴을 닮은 바위가 있다. 그 바위마다 이야기가 붙고, 이야기는 다시 사람을 산으로 불러들인다. 어쩌면 전설이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 산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맞선 하루였다. 온몸은 땀에 젖었고 가메봉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약속 하나를 지킬 수 있어 좋았다.

산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찾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준다. 주왕산도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2026년 7월 26일, 뜨거운 한여름의 한가운데에서야 비로소 그 기다림에 답했다.


주왕산은 정상만의 산이 아니다

주왕산은 정상만으로 기억되는 산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산의 진짜 매력은 정상과 계곡, 절과 전설, 폭포와 주산지가 함께 어우러질 때 더 깊어진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대전사와 기암, 용추폭포와 주방계곡만으로도 충분히 돌아볼 가치가 있다.

특히 주산지는 왕버들과 물안개, 잔잔한 수면의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청송군 문화관광에서도 주산지와 주왕산 일대를 청송 여행의 대표 명소로 안내하고 있다.

나는 예전에 주산지도 다녀간 적이 있다. 그때의 주왕산은 산행이라기보다 여행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뜨거운 여름 산길을 걸으며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다. 산을 한 번에 다 알 수는 없다. 어떤 산은 여러 번 찾아가야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다. 주왕산도 그런 산이었다.

이번에는 주봉과 용추폭포를 만났고, 가메봉은 남겨두었다. 주산지의 왕버들도 다시 보고 싶다. 산이 기다려준 만큼, 나도 다시 찾아갈 마음 하나를 남겨두고 내려왔다.


에필로그|기다림에 답한 하루

주왕산은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대전사 뒤편의 기암으로, 뜨거운 숲길의 바람으로, 용추폭포의 물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주왕산을 다시 제대로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다. 내가 잊고 있는 동안에도 산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은 약속을 잊어도 산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계절은 바뀌고, 사람의 걸음은 느려지고, 마음속 일정표는 몇 번이나 다시 쓰이지만 산은 묵묵히 기다린다.

한여름의 주왕산은 쉽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땀이 쏟아졌고, 더위는 사소한 오르막마저 크게 만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가메봉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나는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지 않기로 했다. 무더위 앞에서 욕심을 내려놓는 일도 산에서 배워야 할 지혜였다.

주왕산은 전설의 산이었다. 기암과 급수대, 시루봉과 학소대, 용추폭포와 주왕의 이야기가 한 산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전설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사람들이 왜 이 산을 오래 기억했는지를 말해준다. 바위마다 이야기가 있고, 계곡마다 상상이 흐르며, 그 이야기들이 다시 사람을 산으로 부른다.

2026년 7월 26일, 나는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주왕산의 기다림에 답했다. 온몸은 땀에 젖었지만, 오래 미뤄둔 약속 하나를 지켰다는 마음만큼은 시원했다. 산행이 끝나고 다시 대전사 앞 기암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산은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다만 다시 올 사람을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주왕산은 경북 청송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산행지다. 주봉 산행과 주방계곡, 용추폭포, 대전사, 기암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산행과 여행을 함께 즐기기 좋다. 국립공원공단은 주왕산을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소개하며, 주왕산 722m를 중심으로 여러 봉우리와 계곡이 어우러진 산세를 가진 곳으로 안내한다.

상의주차장에서 대전사를 지나 주봉으로 오른 뒤 후리메기삼거리와 용추폭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주왕산의 산길과 계곡길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코스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크게 오르므로 물과 전해질, 모자, 햇빛 차단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 가메봉까지 욕심내기보다 당일 컨디션과 기온에 따라 코스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산행 준비 메모

첫째, 한여름 주왕산은 더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땀을 많이 흘리게 한다. 물은 넉넉히 준비하고, 염분 보충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 좋다.

둘째, 가메봉은 무리해서 넣지 않아도 된다.
주봉과 후리메기삼거리, 용추폭포 원점회귀만으로도 주왕산의 산길과 계곡, 전설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셋째, 주왕산은 산행과 여행을 함께 계획하면 좋다.
대전사와 기암, 용추폭포, 주방계곡, 주산지까지 함께 둘러보면 주왕산의 매력이 훨씬 넓어진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① 국립공원공단 주왕산국립공원

👉 국립공원공단 주왕산국립공원 바로가기
https://www.knps.or.kr/front/portal/visit/visitCourseMain.do?menuNo=7020099&parkId=121000

주왕산 탐방로, 통제 정보, 코스 안내, 국립공원 이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② 청송군 문화관광

👉 청송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https://www.cs.go.kr/tour.web

주왕산, 주산지, 청송 얼음골, 청송 사과, 청송 여행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③ 대한민국 구석구석 주방계곡

👉 대한민국 구석구석 주방계곡 바로가기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340dad0d-5be9-4b5e-b896-8366f37b1257

대전사, 기암,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용추폭포 등 주왕산 주방계곡의 주요 볼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④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송 주왕산 여행코스

👉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송 주왕산 여행코스 보기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c9b07bd6-4a96-49bf-8693-d24fc6256bdf

주왕산과 대전사, 주산지 등 청송 여행 코스를 함께 참고할 수 있다.

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전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전사 바로가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4717

대전사의 창건 설화와 문화유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주왕산 산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충분한 식수
전해질 보충제 또는 소금 사탕
모자와 선크림
땀 배출이 좋은 여름 산행복
접지력 좋은 등산화
스틱
간단한 행동식
여벌 수건
보조배터리
주차비 현금 또는 카드 준비
가메봉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판단
폭포 앞에서 잠시 쉬어갈 마음

🌿 추천 숙박과 주변 여행

🏡 주왕산면·상의리권

주왕산 산행을 이른 시간에 시작하려면 주왕산면이나 상의리 주변 숙박을 고려할 수 있다. 대전사와 상의주차장 접근이 편하고, 주방계곡과 용추폭포를 여유 있게 둘러보기 좋다.

👉 청송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https://www.cs.go.kr/tour.web

🏡 주산지·청송읍권

주산지와 청송읍 여행을 함께 계획한다면 청송읍권 숙박도 좋다. 주산지의 왕버들 풍경과 청송 사과, 청송 지역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 청송군 문화관광 바로가기
https://www.cs.go.kr/tour.web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㉕」 용마산·아차산 산행기, 낡은 등산화와 함께한 마지막 여정

용마산과 아차산에서는 안개 낀 새벽 능선을 걸으며 십 년 넘게 함께한 낡은 등산화를 떠나보냈습니다. 한강의 조망보다, 안개 속 소나무보다, 손에 들고 걸었던 낡은 밑창과 고마운 작별의 마음이 오래 남은 산행이었습니다.

용마산이 오래 함께한 벗을 보내는 법을 알려준 산이었다면, 주왕산은 오래 미뤄둔 약속에 답하는 법을 알려준 산이었습니다. 하나는 작별의 산이었고, 하나는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전설의 산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㉗」 다음 산행 이야기

주왕산에서는 한여름 더위 속에서 대전사와 기암, 주봉과 후리메기삼거리, 용추폭포를 지나며 오래 미뤄둔 약속 하나를 지켰습니다. 가메봉에는 가지 못했지만, 가지 않기로 한 판단 또한 산이 가르쳐준 지혜였습니다.

다음 산행은 소백산으로 향합니다. 소백산은 부드러운 능선과 넓은 하늘,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산입니다. 주왕산이 기암과 전설, 폭포와 협곡의 산이었다면, 소백산에서는 바람이 지나가는 능선 위에서 또 다른 마음의 문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산길의 끝에서

주왕산은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대전사 뒤편의 기암으로, 뜨거운 숲길의 바람으로, 용추폭포의 물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산을 다시 제대로 걸어보고 싶었다. 두 번쯤 스쳐 지나간 적은 있었지만, 주왕산의 능선과 계곡을 온전히 걸었다고 말하기에는 늘 어딘가 부족했다. 언젠가 다시 와야지, 그렇게 마음속에 적어둔 약속은 오래 미뤄졌다.

그 사이 계절은 바뀌었고, 내 걸음도 조금 느려졌다. 그러나 산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은 약속을 잊어도 산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주왕산은 내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암과 계곡과 폭포와 전설을 품은 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여름의 주왕산은 쉽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땀이 쏟아졌고, 더위는 사소한 오르막마저 크게 만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가메봉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나는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지 않기로 했다. 무더위 앞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도 산에서 배운 하나의 지혜였다.

주왕산은 전설의 산이었다. 기암과 급수대, 시루봉과 학소대, 용추폭포와 주왕의 이야기가 한 산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전설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사람들이 왜 이 산을 오래 기억했는지를 말해준다. 바위마다 이야기가 있고, 계곡마다 상상이 흐르며, 그 이야기들이 다시 사람을 산으로 부른다.

2026년 7월 26일, 나는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주왕산의 기다림에 답했다. 온몸은 땀에 젖었지만, 오래 미뤄둔 약속 하나를 지켰다는 마음만큼은 시원했다.

산은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다만 다시 올 사람을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주왕산에 갔습니다.

오래전부터
다시 가야지 마음먹고도
자꾸만 미뤄두었던 산.

산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전사 뒤편의 기암으로,
뜨거운 숲길의 바람으로,
용추폭포의 물소리로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한여름의 주왕산은
쉽지 않았습니다.

땀은 소낙비처럼 쏟아졌고,
등산복은 물에 젖은 듯 무거웠습니다.

처음에는
가메봉까지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삼복더위 속에서
욕심을 부리는 일은
산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나는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산에서 배운
하나의 지혜였습니다.

기암은 말없이 줄을 서고,
알 수 없는 사연들은
계곡을 따라 흘렀습니다.

급수대와 시루봉,
학소대와 용추폭포,

바위마다 이야기가 걸려 있고
물소리마다 전설이 숨어 있었습니다.

전설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사람들이 왜 이 산을
오래 기억했는지를 말해주는
마음의 흔적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주왕산의 기다림에
비로소 답했습니다.

온몸은 땀에 젖었지만,
오래 미뤄둔 약속 하나를 지켰다는 마음은
이상하게도 시원했습니다.

산은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습니다.

다만 다시 올 사람을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주왕산도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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