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⑭」 굴봉산 산행기, 사라진 길에서 옛날의 나를 만나다

 


춘천 굴봉산역에서 시작해 사라진 들머리와 희미한 산길을 찾아 오른 굴봉산 산행 풍경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춘천 굴봉산. 기억 속 징검다리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춘천 굴봉산. 기억 속 징검다리와 소나무 숲은 사라지고, 희미해진 길 위에서 오래전의 나를 다시 만났다.

사라진 길을 찾아 헤매다 알게 되었다. 산을 찾아간 줄 알았는데, 사실은 오래전의 나를 만나러 간 길이었다.


오래전의 나를 만나러 가는 길

나이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함께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몇 달 전에는 친구와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쳤고, 한때는 수락산과 도봉산을 제집 드나들 듯 오르내렸다. 산에 가기 위해 새벽 전철을 타는 일도 즐거웠고, 긴 산행을 앞두면 마음이 먼저 산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다.

전철을 타고 멀리 움직이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용마산이나 아차산처럼 가까운 산으로 발길이 잦아졌다. 게으름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서글프고, 나이 때문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아직 억울하다.

어쩌면 몸이 늙은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일상의 무게가 발목에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기만 했던 추석 연휴였다.

성묘를 마치고도 시간이 남자 문득 한 산이 떠올랐다.

굴봉산.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십 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의 굴봉산에는 작은 징검다리가 있었다. 물소리를 들으며 돌 하나하나를 건너면 산길이 시작되었고, 들머리에 들어서자 키 큰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원시림이라 부르기에는 소박했지만, 곧고 단정하게 자란 소나무 군락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았다. 그 숲길을 걸을 때면 나는 어쩐지 왕이 된 듯했다. 소나무들은 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대신들처럼 길 양쪽에 늘어서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를 흔들며 나를 맞아주었다.

물론 왕은 나 혼자였고,

신하들은 말이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산에서는 누구나 잠시 자기 왕국의 왕이 될 수 있으니까.

연휴를 핑계 삼아 옛 친구를 만나듯 그 산을 다시 찾고 싶어졌다. 아기자기했던 징검다리와 소나무 숲,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산행은 풍경을 찾아가는 길이라기보다,

기억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남산면 굴봉산

📅 산행 시기
추석 연휴, 오래전 기억을 따라 다시 찾은 산행

🥾 주요 코스
굴봉산역 → 옛 들머리 탐색 → 희미한 산길 → 굴봉산 정상 → 농로 방향 하산 → 굴봉산역 복귀

📏 산행 거리
실제 진행 방향과 우회·알바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짐

산행 시간
들머리 탐색과 길 찾기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

난이도
★★★☆☆~★★★★☆

산 자체의 고도는 높지 않지만, 들머리와 하산길이 불분명할 수 있어 길 찾기 난이도가 있음

🌳 산행 환경
전철역 접근 · 개울길 · 희미한 산길 · 낙엽길 · 굴 유적 · 정상부 · 사유지 인접 농로

🏡 주변 여행
강촌 · 북한강 · 경강역 레일바이크 · 제이드가든 · 춘천 여행 연계

🚆 이동 방법
경춘선 굴봉산역 이용 가능

춘천시 시정소식지 자료에 따르면 굴봉산은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에 있는 해발 394m의 산이다. 예전에는 검봉산이나 봉화산, 문배마을을 오고 가는 들머리의 작은 봉우리였지만, 경춘선 전철 개통 뒤 접근성이 좋아지며 산행지로 알려졌다. 굴봉산역은 본래 서천역, 이후 경강역을 거쳐 2010년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역사가 이전·신축되면서 인근 산 이름을 따 굴봉산역이 되었다. (봄내)

경춘선 전철 안에서 오래전의 나를 보다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탔다.

오랜만에 나들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마음이 조금 들떴다. 휴일이라 그런지 전철 안에는 등산배낭을 멘 사람들이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오늘 오를 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새 등산화를 내려다보는 사람, 벌써부터 김밥 봉지를 여는 사람.

그 풍경 속에 앉아 있으니 오래전의 내가 그들 사이 어디쯤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새벽 전철을 타고도 피곤한 줄 모르던 나.

낯선 산 이름 하나에도 마음이 먼저 들뜨던 나.

멀리 간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반쯤 산행을 시작했던 나.

그리고 마침내 안내 방송에서 반가운 이름이 흘러나왔다.

굴봉산역.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의 이름을 우연히 들은 것처럼 가슴 한쪽이 살짝 움직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역에 내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몇 사람이 움직이고 있을 뿐, 역 앞은 조용했다.

나는 지도보다 기억을 믿었다. 전에 다니던 들머리가 있었고, 징검다리가 있었으며, 그 너머에는 소나무 숲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억은 가끔 현재를 배신한다.


사라진 징검다리, 막혀 있는 길

기억 속의 징검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길은 막혀 있었다.

들머리로 가기 위해 작은 개울 근처를 오르내렸다. 한 시간을 넘게 헤맸지만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펜스로 막힌 개울과 사유지라는 안내문뿐이었다.

산은 분명 눈앞에 있는데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었다.

산이 나를 거절하는 것 같았다.

몇 번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산으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그 길은 길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했다. 정비되지 않은 흔적과 낙엽에 묻힌 희미한 자국뿐이었다. 방향을 가늠할 제대로 된 표식도 드물었다.

여기서 왼쪽인가.

아니면 오른쪽인가.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가 되돌아왔다.

등산객들이 흔히 말하는 ‘알바’를 산 하나 오르며 실컷 했다.

문득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 이 산 이름이 굴봉산일까.

역 이름까지 굴봉산역인데, 역에 내려 정작 굴봉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 어렵다면 이 이름은 조금 서글픈 이름이 아닌가.


굴을 품은 산의 오래된 이야기

하지만 굴봉산에는 이름만큼이나 묘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춘천시 자료는 굴봉산을 “아홉 개의 굴을 품은 굴봉산”으로 소개한다. 정상부에는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여러 바위굴이 있고, 이심이굴·우물굴·베틀굴·안경굴 또는 쌍굴 같은 이름이 전해진다. 특히 안경굴은 입구가 두 개처럼 보여 쌍굴로도 불리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입구가 연결된 형태로 소개된다. (봄내)

정확히 언제,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자연이 만든 것인지, 사람이 파낸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마을 어른들에게 전해진 이야기 가운데에는 예전 사람들이 어려서 놀이터로 드나들었고, 피난굴로 사용했다는 말도 남아 있다고 한다. (봄내)

전설은 거창한 이야기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전쟁을 피해 굴속으로 숨어들던 사람들의 숨소리도 세월이 지나면 이야기가 되고, 아이들이 굴속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던 기억도 언젠가는 한 마을의 전설이 된다.

굴봉산의 굴들은 그런 이야기를 품은 채 지금도 산속 어딘가에서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길은 사라져도 굴은 남고,

사람은 떠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겨우 오른 정상, 그러나 낯선 풍경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고 되돌아서며 무모하리만큼 산속을 헤맨 끝에 겨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정상의 모습은 내 기억과 달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탓일까.

어딘지 모르게 쓸쓸했다. 낡고 방치된 흔적들을 바라보니 폐허라는 말까지 떠올랐다.

한때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을 산이었다. 전철역 이름에까지 제 이름을 내어준 산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의 굴봉산은 자기 이름을 가진 역을 산 아래 두고도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가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산을 외롭게 만든 것인지,

산으로 향하는 길이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정상에 서서 한참을 둘러보았다.

기억 속의 굴봉산은 작지만 다정한 산이었다.

오늘의 굴봉산은 작지만 쉽게 속을 내어주지 않는 산이었다.

산이 변한 것인지,

기억이 너무 오래 아름답게 남아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사이 너무 많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유지라는 말 앞에서

하산길도 편하지 않았다.

등산로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몇 번이나 방향을 놓쳤다. 이 길이 맞을까 싶으면서도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벼를 베고 있는 농로 쪽으로 내려섰다.

그때 한마디가 들려왔다.

“여기는 사유지인데요. 이리로 지나가시면 안 됩니다.”

순간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겨우겨우 길을 찾아 내려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서운한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물론 땅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농작물을 망가뜨리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등산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산 아래로 내려온 사람의 마음은 또 달랐다.

산은 누구의 것일까.

땅에는 주인이 있지만,

그 위를 스쳐 가는 바람에도 주인이 있을까.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산새의 울음소리까지 땅문서에 함께 적혀 있을까.

개천가에 세워진 운동기구를 바라보며 또 생각했다.

사람들이 와서 운동하라고 세워놓은 것일 텐데, 그곳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면 저 운동기구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쩌다 시골 인심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의 무심함이 먼저 시골의 문을 닫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농작물을 밟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렸을 것이며,

누군가는 산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함부로 대했을지도 모른다.

길을 막은 사람만 탓할 수도 없고,

길을 잃은 사람의 서운함만 옳다고 할 수도 없다.


막힌 길 앞에서 생각한 사람의 사정

산 아래로 내려와 닭갈비집에 들렀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땅을 산 사람이 길을 막았다고 했다. 등산객들이 농작물을 훼손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막상 한 시간을 넘게 들머리를 찾아 헤매고, 산속에서도 몇 번이나 길을 잃고 돌아온 사람의 마음에는 서운함이 조금 더 오래 남았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막힌 길.

희미해져 가는 등산로.

사라진 이정표.

개인의 권리와 사람들이 오랫동안 걸어온 길 사이에서 굴봉산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생각해 보니 굴봉산이라는 이름의 ‘굴’은 동굴을 뜻하는 굴이 아니라 굽힐 굴 자를 쓴다고 한다. 춘천시 시정소식지에서는 한문학자의 말을 빌려, 굴봉산은 굴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 아니라 산세가 강촌의 검봉산을 향해 엎드린 형상이어서 굽힐 굴屈 자를 쓴 것이라고 소개한다. (봄내)

그 이야기를 생각하니 오늘의 굴봉산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굴봉산은 정말 오래도록 몸을 낮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높이를 자랑하지도 않고,

절경을 뽐내지도 않고,

이름난 명산들과 어깨를 겨루지도 않았다.

그저 북한강 가까운 곳에서 작은 굴들을 품고 조용히 사람들을 받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찾아왔다가 떠났고,

길을 만들었다가 잊었으며,

어느 날에는 그 길에 울타리를 세웠다.

산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사람들의 사정에 따라 길이 생기고 사라졌다.


🍂 오늘의 시

굴봉산 / 송현

십 년 전 기억이
아직 그 산 어딘가에 묻혀 있을 줄 알았다.

그때는
징검다리마다 웃음이 피었고
소나무는 바람의 머리칼을 빗겨주었다.

다시 찾아간 산길엔
길이 아니라 상처가 남아 있었다.

돌 대신 담장이,
인사 대신 철문이 서 있었다.

나는 길을 잃은 기억이 되어
한 시간쯤 헤맸다.

산은 묵묵히 등을 돌리고
바람만 내 이름을 부른다.

굴처럼 막힌 마음,
봉우리처럼 솟은 서운함.

이제는 이름마저
다시 불러야 할 산,

굴봉산.

말없는 굴봉산역.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정말 변한 것은 굴봉산이었을까.

아니면 나였을까.

십 년 전의 나는 징검다리 하나에도 마음이 뛰었고, 소나무 몇 그루만 만나도 왕이 된 듯 즐거워했다. 그때는 길이 조금 희미해도 모험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조금 더 걸어도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산이 변했고,

길도 변했고,

사람들의 마음도 달라졌다.

그리고 나 역시 변했다.

어쩌면 기억 속의 굴봉산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산에 젊었던 내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나무들이 대신처럼 줄지어 서 있던 그 길에는 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길을 씩씩하게 걷던 나도 있었다.

굴봉산에 다시 간 것은 옛 산을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돌아보면 나는 오래전의 나를 찾으러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옛길은 사라졌고,

징검다리도 찾지 못했다.

소나무 숲은 기억 속에만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산속의 굴은 여전히 어둠을 품고 있을 것이고, 소나무는 어느 곳에선가 바람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산을 걸었다.

헤매고,

서운해하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것이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느려져도 길을 떠날 수 있다면

나이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처음에 말했다.

굴봉산을 다녀오고 나니 그 말을 조금 바꾸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느려졌다고 해서 길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길이 사라지면 조금 헤맬 수 있고, 기억과 현실이 다르면 잠시 서운할 수도 있다. 그래도 다시 산을 찾아가는 마음만 남아 있다면 아직 괜찮다.

전철은 다시 상봉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산들이 하나둘 뒤로 물러났다. 굴봉산도 그 가운데 어딘가에 조용히 서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나에게 길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전의 나를 잠시 만나게 해준 산.

생각해 보면 산은 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길을 만들고,

길을 막고,

길을 잊어버린 것은 모두 사람이었다.

굴봉산은 이번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산을 내려온 내 마음속에 한마디를 남겨놓은 것 같았다.

사라진 길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사람은 때로 길을 찾으러 산에 가지만,

어떤 날은 길을 잃어야만 오래전의 자신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고.


에필로그|길을 잃어야 만나는 것도 있다

굴봉산은 내게 친절한 산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 산행에서는 그랬다.

기억 속의 들머리는 사라졌고, 징검다리는 보이지 않았으며, 산길은 희미했다. 하산길에서는 사유지라는 말 앞에 서운함이 먼저 밀려왔다.

하지만 그 서운함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그 산에서 오래전의 나를 만났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도 피곤한 줄 모르던 나.

작은 징검다리 하나에도 마음이 뛰던 나.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혼자 왕이 된 듯 즐거워하던 나.

그 사람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 느려지고,

조금 조심스러워지고,

가끔은 가까운 산만 찾고 싶어지는 지금의 나 안에 조용히 숨어 있었을 뿐이다.

굴봉산은 그 사람을 다시 불러냈다.

길을 잃게 해서,

헤매게 해서,

서운하게 해서,

결국 다시 만나게 했다.

그래서 이번 산행은 실패가 아니었다.

내가 찾던 길은 사라졌지만,

내가 찾지 못했던 나를 잠시 만났으니까.

굴처럼 막힌 마음과 봉우리처럼 솟은 서운함을 안고도, 나는 다시 길 위에 섰다.

그리고 알았다.

길이 사라져도, 걷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산행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굴봉산은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접근할 수 있어 대중교통 산행지처럼 보이지만, 실제 산행에서는 들머리와 하산길 확인이 중요하다. 춘천시 자료에서도 굴봉산은 접근성이 좋아 알려졌지만, 7부 능선 이후 바위 급경사 구간이 있어 노약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코스라고 설명한다. (봄내)

굴봉산은 낮은 산이라고 가볍게만 볼 산은 아니다. 길이 희미하거나 사유지와 인접한 구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신 산행 후기와 지도 앱, 현장 표식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오래전 기억만 믿고 들머리를 찾기보다, 현재 통행 가능한 길과 하산 방향을 미리 살펴보는 편이 안전하다.

정상부의 굴들은 굴봉산의 독특한 매력이지만, 굴 내부는 좁고 어두울 수 있다. 춘천시 자료에 따르면 안경굴 또는 쌍굴로 알려진 굴은 입구 높이와 폭이 약 1m 안팎이고, 앉은걸음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소개된다. 무리하게 들어가기보다는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봄내)

🌿 산행 준비 메모

굴봉산은 ‘낮은 산’보다 ‘길 찾기가 필요한 산’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들머리와 하산로가 헷갈릴 수 있으니 지도 앱을 미리 내려받고, 배터리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사유지와 농로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현장 안내를 존중해야 한다. 길을 잃은 등산객의 서운함도 있지만, 농작물을 지켜야 하는 주민의 사정도 있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헤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 ① 춘천시 관광 포털

👉 춘천여행ON 바로가기

춘천의 주요 관광지와 여행 코스, 강촌·남산면 주변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② 춘천시 시정소식지 굴봉산 이야기

👉 춘천시 봄내소식지 굴봉산 이야기 바로가기

굴봉산의 높이와 이름 유래, 이심이굴·우물굴·안경굴 또는 쌍굴 등 굴봉산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봄내)

🌿 ③ 코레일 승차권 예매

👉 코레일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경춘선과 ITX-청춘 등 춘천권 이동을 계획할 때 열차 시간과 승차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④ 강촌 레일바이크

👉 대한민국 구석구석 강촌 레일바이크 정보 바로가기

굴봉산역 인근의 옛 경강역과 강촌 레일바이크 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춘선 전철 개통 이후 경강역이 굴봉산역으로 역명을 바꾸었고, 옛 경강역은 레일바이크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 ⑤ 제이드가든

👉 제이드가든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굴봉산역 인근 여행지로 함께 둘러보기 좋은 수목원이다. 산행 전후 춘천 남산면 여행 코스로 연결할 수 있다.

🌿 굴봉산 준비물 체크리스트

지도 앱과 보조배터리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
등산 장갑
충분한 식수
간단한 행동식
긴팔 또는 바람막이
헤드랜턴
개인 상비약
사유지 안내를 존중하는 마음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여유

🌿 추천 숙박

🏡 강촌·남산면 일대

굴봉산 산행과 강촌 여행을 함께 계획한다면 강촌이나 춘천 남산면 일대를 숙박 거점으로 잡는 방법이 좋다. 북한강과 레일바이크, 제이드가든을 함께 연결하기 편리하다.

👉 춘천여행ON 바로가기

🏡 춘천 시내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춘천 닭갈비, 소양강, 의암호 등 시내 관광을 함께 계획한다면 춘천 시내권 숙박도 편리하다. 굴봉산 산행 후 여유 있게 춘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 춘천여행ON 바로가기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⑬」 마니산 산행기, 한 해의 문을 열다

새해 첫 산행으로 강화도 마니산을 올라 1004계단과 참성단, 그리고 서해를 바라보았습니다.

마니산에서는 새로운 시작이란 지난 시간을 모두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을 등에 지고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말라는 산의 말을 배낭 속에 넣고 한 해의 첫 문을 열었던 산행이었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산바람 · 글바람 ⑮」 포천 백운산 눈꽃산행

굴봉산에서는 사라진 들머리와 희미해진 산길을 찾아 헤매며, 오래전 기억 속의 산과 지금 눈앞의 산이 얼마나 다른지 마주했습니다. 길을 찾으러 갔지만, 결국 그 길 위에서 만난 것은 십 년 전의 나였습니다.

다음에는 포천 백운산으로 향합니다. 겨울 숲에 피어난 눈꽃과 차가운 능선의 바람을 따라 걸으며, 다시 한 번 겨울 산이 마음에 남기는 고요한 빛을 만나보려 합니다. 굴봉산이 사라진 길에서 옛날의 나를 만나게 한 산이었다면, 백운산에서는 하얀 눈길 위에서 또 다른 기억과 마음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 산길의 끝에서

굴봉산을 다시 찾은 것은 산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나는 산보다 오래전의 나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십 년 전의 나는 징검다리 하나에도 마음이 뛰었고, 소나무 몇 그루만 만나도 왕이 된 듯 즐거워했다.

그때의 길은 아마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찾아간 굴봉산에서 그 길은 보이지 않았다.

징검다리는 사라졌고,

들머리는 막혔으며,

산길은 희미했다.

하산길에서는 사유지라는 말 앞에서 서운함도 느꼈다.

그러나 산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있었다.

길을 만들고,

길을 막고,

길을 잊어버린 것은 사람이었다.

굴봉산은 그저 자기 자리에서 세월을 견디고 있었을 뿐이다.

그 산을 다시 걸으며 나도 알게 되었다.

느려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헤매는 것도 산행의 일부일 수 있다고.

기억과 현실이 다르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옛길은 찾지 못했지만,

나는 오래전의 나를 잠시 만났다.

그것이면 충분한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로 길을 찾으러 산에 가지만,

어떤 날은 길을 잃어야만 자신을 다시 만난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산바람 · 글바람

십 년 전의 길이
아직 그 산 어딘가에 남아 있을 줄 알았습니다.

징검다리마다 웃음이 피고,
소나무들이 대신처럼 길 양쪽에 서 있던 산.

그 길을 다시 만나러
굴봉산역에 내렸습니다.

그러나 기억 속의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징검다리는 사라졌고,
들머리는 막혀 있었고,

산은 눈앞에 있는데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없었습니다.

나는 한 시간쯤
길을 잃은 기억이 되어 헤맸습니다.

사유지라는 말 앞에서
서운함이 올라왔고,

희미해진 산길 앞에서
괜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찾으러 간 것은
굴봉산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산길 어딘가에 남아 있을
오래전의 나를 만나러 갔다는 것을.

길은 사라졌지만,
그 길을 씩씩하게 걷던 나는

아직 내 안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굴처럼 막힌 마음,
봉우리처럼 솟은 서운함.

그래도 나는 다시 걸었습니다.

헤매고,
투덜거리고,

몇 번이나 돌아서면서도
결국 산을 올랐습니다.

굴봉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산을 내려온 내 마음에
한마디를 남겨놓은 듯했습니다.

사라진 길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사람은 때로
길을 찾으러 산에 가지만,

어떤 날은
길을 잃어야만

오래전의 자신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고.

산바람 · 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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