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 글바람 ⑪」치악산 산행기, 비로봉에서 돌아본 시간
| 비로봉에는 아직 겨울이 남아 있었다. |
아래에는 봄이 와 있었지만, 비로봉에는 오르는 길에는 아직 겨울이 남아 있었다. 춘설과 얼음길을 지나 정상의 돌탑 앞에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았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봄이 시작된 산에서 겨울을 만났고, 변하지 않는 돌탑 앞에서 변해온 나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3월의 산에서 다시 만난 겨울
3월의 산이라면 눈이 남아 있어도 그저 응달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잔설쯤으로 생각했다. 봄이 오는 것이 두려워 나무 그늘 밑이나 바위틈에 숨어 있는 겨울의 마지막 흔적.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치악산은 역시 치악산이었다.
봄은 산 아래까지 와 있었지만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아직 겨울이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
구룡사를 지나며 몸을 풀 듯 천천히 걸었다. 계곡의 물소리에는 이미 봄기운이 묻어나고 있었다. 겨우내 얼어 있던 물은 조금씩 몸을 풀며 바위 사이를 흘렀고, 나뭇가지 끝에서도 이제 곧 무언가 돋아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산 아래만 바라보았다면 봄이었다.
그러나 산은 고도를 높일수록 다른 계절을 숨겨놓고 있었다.
치악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여러 높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국립공원으로, 구룡사·세렴폭포·사다리병창을 거쳐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치악산을 대표하는 산행 동선 가운데 하나다. 비로봉의 높이는 1,288m로 안내된다.
봄을 만나러 온 줄 알았는데,
나는 다시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치악산 비로봉
📅 산행 시기
3월, 춘설과 잔설이 남아 있던 시기
🥾 주요 코스
구룡사 일대 → 세렴폭포 → 사다리병창 → 비로봉 → 하산길 → 구룡사 방향 복귀
📏 산행 거리
구룡사권 원점회귀 코스 선택에 따라 달라짐
⏱ 산행 시간
적설·결빙 상태와 휴식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므로 여유 있는 일정 필요
⭐ 난이도
★★★★☆
세렴폭포 이후 가파른 계단과 바위길이 이어지고, 늦겨울과 초봄에는 결빙 구간에 특히 주의가 필요함
🌳 산행 환경
사찰길 · 계곡길 · 폭포 · 급경사 계단 · 바위길 · 잔설 · 결빙 구간 · 정상 돌탑
🏡 숙박
원주 시내 · 치악산 인근 숙박시설 · 자연휴양과 원주 여행 연계
🚗 이동 방법
자가용 또는 원주역·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지역 교통 연계
구룡사권에서 세렴폭포와 사다리병창을 지나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급경사 계단이 이어지는 치악산의 대표적인 산행길로 소개되고 있다.
구룡사를 지나 봄의 물소리를 듣다
구룡사를 지나 천천히 길을 걸었다.
겨울산을 각오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더욱 봄답게 들렸다.
물이 얼음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겨우내 몸을 움츠리고 있던 계곡이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는 듯했다.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산에서는 계절이 달력보다 조금 늦게 오기도 하고, 높이에 따라 여러 계절이 한 산 안에서 함께 머물기도 한다.
구룡사 주변에는 황장목 숲길과 구룡소, 세렴폭포 등 치악산의 자연경관이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도 구룡사 일대를 치악산의 주요 탐방 지점으로 소개한다.
나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조금 전까지 지나온 봄이,
높은 곳에서는 다시 겨울로 바뀌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사다리병창에서 산의 얼굴이 달라졌다
세렴폭포 들머리를 지나 사다리병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때부터 산의 얼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파른 계단과 바위길이 이어졌다. 아래쪽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눈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고도를 높일수록 길 전체를 덮기 시작했다.
사다리병창을 지나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길.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과 얼음이 뒤섞여 계단의 흔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이 나타났다.
올라오던 길에서는 봄을 만난 눈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춘설은 길을 잃은 듯했다.
녹아야 할 때를 놓친 눈은 발밑에서 미끄러졌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계단인지 산비탈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하얀 경사로처럼 느껴졌다.
한 발을 올리고 숨을 고른다.
다시 몇 걸음 걷고 멈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거리였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어떤 날의 백 미터는 몇 킬로미터보다 멀다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틀 전부터 다이어트를 해보겠다며 제대로 먹지 않은 탓일까. 단식 아닌 단식을 했으니 몸 안에 남아 있는 힘이 충분할 리 없었다.
산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마음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몸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조금만 더 가자고 다독여도 허벅지는 무거워지고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평소 산길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자주 쉬어갈까.
왜 백 미터를 앞에 두고도 한참을 서 있을까.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내 몸으로 알 것 같았다.
어떤 날의 백 미터는 평지의 몇 킬로미터보다 멀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견뎌야 하는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치악산은 종주를 포함해 기억으로 네 번째쯤 되는 산행이었다.
예전에도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버겁게 느껴진 날은 드물었다.
눈 때문일까.
유난히 가파르게 느껴지는 사다리병창 길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기 때문일까.
핑계를 찾고 싶었지만 결국 힘든 것은 내 몸이었다.
산은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변하는 것은 산을 오르는 사람이다.
은혜를 기억하는 산
치악산을 걷다 보면 오래전부터 이 산에 전해 내려오는 한 가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은혜를 갚은 꿩의 이야기다.
원주시 공식 향토문화 안내는 치악산의 대표적인 보은 설화로 ‘은혜 갚은 꿩’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전승 과정에서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주시는 2006년 말 관련 이야기를 정리해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옛날 한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구렁이에게 위협받는 꿩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그날 밤, 자신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날이 밝기 전까지 산속의 종이 세 번 울리는 것이었다.
깊은 밤이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체념한 순간 산속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날이 밝은 뒤 종각 아래에서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몸으로 종을 울렸다는 꿩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설화는 치악산과 상원사에 전하는 대표적인 보은 이야기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얼어붙은 산길을 걸으며 문득 그 이야기를 생각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것일까.
기억하는 은혜보다 잊어버린 은혜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어려울 때 잡아준 손.
아무런 대가 없이 내 편이 되어준 사람.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산에서는 이상하게 그런 얼굴들이 생각난다.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
내 입장만 생각하느라 마음을 살피지 못했던 사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월 속으로 흘려보낸 사람.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 가는 일이 아니라,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힘겹게 도착한 비로봉
힘겹게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치악산의 주봉 비로봉은 해발 1,288m로 안내되며 치악산의 중심 봉우리다.
정상에는 돌탑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눈보라가 덮쳐도 돌탑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곁에서 배고픈 까마귀 한 마리가 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작은 새들이 나무 사이를 오갔다.
까마귀의 울음.
작은 새들의 움직임.
그리고 천 년을 기다린 듯 묵묵한 돌탑.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비로봉 위에 조용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문득 치악산의 전설 속 새가 떠올랐다.
은혜 하나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다는 오래된 이야기.
물론 전설은 전설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평생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왔을까.
받은 것은 쉽게 잊고,
서운했던 일만 오래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움을 받은 날보다 상처받은 날을 더 선명하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돌탑 앞에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다
산에 오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일.
가족.
그리고 소홀히 했던 많은 것들.
핑계와 변명으로 흘려보낸 시간.
참아야 했던 일에 대한 분노.
그때는 내가 옳았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찾아오는 후회와 반성.
말로는 내 탓이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삶의 여러 장면이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머릿속을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다시 돌탑을 바라보았다.
몇 년 전에도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십 년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산을 찾았던 날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서 있었을 것이다.
산은 그대로인데,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정상에 빨리 오르는 것이 중요했다.
누구보다 늦지 않게 올라가고 싶었고,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더 가파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했고, 힘든 산을 다녀오면 무언가를 이겨낸 것처럼 뿌듯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산은 이기는 곳이 아니었다.
오늘의 몸을 인정하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곳이었다.
숨이 차면 쉬어가고,
배가 고프면 먹고,
길이 얼어 있으면 천천히 걷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삶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았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했고,
쉬고 싶어도 달렸으며,
마음이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로봉의 돌탑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세월은 유구했다.
내가 변하는 동안에도 산은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나는 문득 오래된 사진 속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젊었던 시간.
성급했던 시간.
잘했다고 믿었던 실수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순간들.
고맙다는 말을 미루었던 사람들.
돌탑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산은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한 발 천천히 걸으면 된다고.
🍂 오늘의 시
춘설 / 송현
천 년 돌탑 위로
봄바람에 함박눈이 내린다.
길을 잃은 눈이
비로봉 위에서
하얗게 흔들리고 있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변해가는 것은 결국
산을 오르는
사람의 시간일 것이다.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의 시간이 변한다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올 때 그렇게 힘들었던 길이 내려갈 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눈은 여전히 미끄러웠고 얼어붙은 경사면에서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마음은 올라올 때보다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산이 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올라간 걱정들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산을 내려가면 다시 일상의 문제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조금 비워진 느낌이었다.
산은 문제를 없애주지 않는다.
다만 사람과 문제 사이에 작은 거리를 만들어준다.
산 아래에서는 코앞에 붙어 있던 고민이 정상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져 보인다.
문제가 작아진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내려가는가
치악산의 전설 속 꿩은 은혜를 기억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산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내려가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의 손을 잡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것을 잊지 않는 일.
어쩌면 보은이라는 것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받은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룡사로 이어지는 긴 하산길을 내려오며 다시 생각했다.
3월의 산에 눈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깊은 겨울을 만날 줄은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산행에서 나는 내 몸의 한계를 만났고, 오래된 전설을 떠올렸으며, 비로봉의 돌탑 앞에서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았다.
치악산은 여전히 험했다.
그러나 오늘의 나에게 치악산은 단지 힘든 산으로만 남지 않았다.
은혜를 기억하는 산.
사람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산.
그리고 늦은 봄눈 속에서 조용히 묻는 산으로 남았다.
너는 지금까지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왔느냐고.
에필로그|비로봉에서 돌아본 시간
산을 내려와 다시 봄의 계곡을 만났다.
아침에 지나갔던 물소리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내 귀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는 그저 봄이 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물이 얼었다가 녹고,
눈이 내렸다가 사라지고,
나무는 잎을 떨구었다가 다시 새순을 내놓는다.
사람의 시간도 그렇게 흐를 것이다.
기뻤던 시간도 지나가고,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다만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그날 비로봉에서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잘한 일보다 미안한 일이 떠올랐고,
받은 도움을 충분히 기억하고 살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산을 얼마나 다른 마음으로 걷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산은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변한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 느려졌기 때문에 쉬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조금 약해졌기 때문에 도움받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되었으며,
조금 더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고맙다는 말은 너무 늦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서 있다.
변해가는 것은 결국,
그 산을 다시 찾아오는 사람의 시간이다.
🌿 이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치악산 구룡사권 산행은 세렴폭포까지의 비교적 완만한 길과 이후 사다리병창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구간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는 구룡사권 원점회귀 코스를 11.4km, 약 6시간 30분의 대표 코스로 소개하고 있으며, 세렴폭포에서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사다리병창 구간은 급경사의 계단길로 설명한다. 실제 소요시간은 계절과 적설·결빙 상태, 개인 체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3월 치악산은 들머리의 날씨만 보고 장비를 판단하기 어렵다. 산 아래에는 눈이 없어도 고도가 높아지면 잔설과 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산행 당일 탐방로 상태와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국립공원 탐방로는 기상특보나 현장 상황에 따라 통제될 수 있고, 치악산 일부 구간은 탐방로 예약제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국립공원공단의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 산행 준비 메모
초봄 산행은 봄 장비와 겨울 장비 사이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다. 계곡에서는 봄을 만나도 정상 부근에는 눈과 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고, 현장 상태에 따라 아이젠 등 결빙 대비 장비가 필요할 수 있다. 방풍 재킷, 보온 장갑, 여벌 양말도 준비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송현님 경험처럼, 장거리 산행 직전 지나친 절식은 피하는 게 좋아. 산에서는 의지보다 몸 안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더 솔직하다. 충분히 먹고, 물과 행동식을 준비해 자신의 속도로 걷는 것이 오래 산을 다니는 방법이다.
🌿 관련 사이트 및 여행 정보
🌿 ① 치악산국립공원 탐방 정보
치악산 탐방로 현황, 기상에 따른 통제 여부와 국립공원 이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② 국립공원 탐방로 예약
치악산 일부 예약제 구간을 이용할 경우 해당 시기의 운영 여부와 이용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은 치악산 탐방로 예약 관련 안내를 제공한다.
🌿 ③ 원주 관광 정보
치악산과 상원사, 원주 지역 관광지와 여행정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원주시는 상원사를 원주8경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며 치악산 보은 설화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 ④ 치악산 꿩 설화
치악산을 대표하는 ‘은혜 갚은 꿩’ 설화와 전승 내용을 원주시 공식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⑤ 코레일 승차권 예매
원주 지역으로 철도 이동을 계획할 때 열차 시간과 승차권을 확인할 수 있다.
🌿 ⑥ 시외버스 예매
출발 지역에 따라 원주행 시외버스 노선과 예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치악산 준비물 체크리스트
□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
□ 결빙 상태에 따른 아이젠
□ 등산 스틱
□ 충분한 식수
□ 탄수화물 중심의 행동식
□ 방풍·방수 재킷
□ 보온 장갑과 모자
□ 여벌 양말
□ 헤드랜턴
□ 보조배터리
□ 개인 상비약
□ 따뜻한 음료가 든 보온병
🌿 추천 숙박
🏡 치악산·구룡사 인근
이른 아침부터 구룡사권 비로봉 산행을 계획한다면 치악산 들머리와 이동이 편리한 지역의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산행 전날 충분히 쉬고 이른 시간부터 출발하면 적설이나 결빙 구간에서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
🏡 원주 시내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산행 뒤 원주 시내 관광과 식사를 함께 계획한다면 원주 시내권을 숙박 거점으로 잡는 방법도 편리하다.
치악산 산행과 함께 원주의 문화공간이나 주변 관광지를 연결해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할 수 있다.
🌄 이전 산행 이야기 다시보기
「산바람 · 글바람 ⑨」 주흘산 산행기, 오래된 산이 다시 말을 걸어오다
오랫동안 바라보기만 했던 문경의 주흘산에 올라 여궁폭포와 혜국사를 지나 정상과 영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주흘산을 내려오는 길에서는 스무 해 전 문경의 어두운 산길에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산은 그때도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산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주흘산에서는 세월이 산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고개를 낮추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생각을 품고 내려왔습니다.
🌄 다음 산행 이야기
🍃 산길의 끝에서
3월의 치악산에서 나는 봄을 만나러 갔다가 겨울을 만났다.
계곡의 물은 얼음에서 풀려나고 있었지만,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몇 걸음 걷고 쉬었다.
다시 몇 걸음 걷고 숨을 골랐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나 자신이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은 알게 되었다.
어떤 날의 백 미터는 몇 킬로미터보다 멀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마다 견뎌야 하는 거리와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비로봉의 돌탑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앞에 선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산은 나에게 빨리 걸으라고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강해지라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왔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받은 마음보다 서운했던 일을 더 오래 기억하지는 않았는지.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너무 오래 미루지는 않았는지.
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산을 내려오며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받은 마음을 잊지 않는 것.
고마웠던 사람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면,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
치악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변해가는 것은 결국,
그 산을 다시 찾아오는 사람의 시간이었다.
다음 산길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 산바람 · 글바람
산 아래에는
봄이 와 있었습니다.
계곡의 얼음이 풀리고
물은 다시 길을 찾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직 겨울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몇 걸음 걷고 쉬었고,
다시 몇 걸음 걷고
숨을 골랐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백 미터의 길도
몇 킬로미터보다
멀 수 있다는 것을.
힘겹게 오른 비로봉에는
돌탑이 서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아마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산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 선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습니다.
더 빨리 걷는 것보다
천천히 걷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고,
받은 것보다
잃은 것을 더 오래 기억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뒤늦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치악산의 오래된 이야기는
은혜를 기억한 작은 생명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은 내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지금까지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왔느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눈 위에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봄은 오고 있었고,
겨울은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변해가는 것은 결국
그 산을 다시 찾아오는
사람의 시간이었습니다.
산바람 · 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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